오후의 빛깔

오후의 빛깔 - 여성동아 문우회 소설집
권혜수 외 지음 / 예담 / 2012년 6월

오후의 빛깔. 여성동아 문우회 소설집.

책의 표지도 그렇고 여성 소설가 16인의 스며드는 이야기라는 문구도 그렇고 한없이 펼쳐질 여성성이 미처 책을 펼치기도 전에 눈 앞에 보여지는 듯 했다.

나는 여성 작가에 대해 일방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할 수 있는 말이려나.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작가들의 현주소를 16편이나 되는 글을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직전에 본 한 여성작가의 책을 읽고 두서없고 장황하게 꾸며진 꾸밈에 놀란 가슴이 아직 진정되진 않았으나

그보다도 내 스스로 여성이기에 원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믿음과 확신, 그리고 동류에 대한 탐색의 욕망이 앞섰기 때문이다.

'분홍 신을 신은 소녀' 를 풀어 낸 프롤로그에서 인습과 제도를 강요받고 살아온 여성들의 모습을 재조명하고 우리가 스스로의 본질을 알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면서 동화의 이름으로 언제나 두려움을 주었던 분홍신 이야기를 극복하고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 감사하다.

스스로의 오색 헝겊신을 지어내는 사람들의 방으로 초대받은 나는 거침없이 읽어나갔고 그 생각들은 가슴을 두드렸다.

눈뜨는 파랑, 노래하는 빨강, 잠드는 하양

세 가지 색으로 나누어 실었는데 .. 단순하게 색만 보면 점점 맑아질 것 같았던 색의 나열이 글을 읽다보니 점점 더 강한 무게와 깊이로 성큼 성큼 다가온다.

말이 단편이지 내용의 여운이 장편 못지 않은 작품들이 있다.

혼자 생각할 때 시공간을 초월해버리는 장면을 그대로 옮겨 적은 듯한 글도 있고

상상치도 못했던 분야의 글도 있지만 -여러 번 앞뒤를 살펴도 이 문단이 왜 이 순간에 등장해야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한 편 씩 읽어가며 이토록 공감하고 몸과 마음이 공명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여성작가 특유의 감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나라 사람이, 여자사람이, 한글로 상상하고 추억하고 기록한 글을 읽는 행복이란

번역서를 읽는 맛과는 또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