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 우리 안에 스며든 혐오 바이러스
박민영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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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 박민영 / 북트리거 / 2020>

 

    

 

개인평점 : 5 / 5 (★★★★★)

한줄평 : 촘촘하게 이어지는 혐오의 연결고리들, 읽어보면 깜짝 놀라실텐데~~!!!

 

 

#차별받은경험

 

 

옐로우 몽키.

노란 원숭이라고 지목당한 경험이 있다.

 

나의 첫 유럽 여행지 영국과 프랑스.

런던에서 파리 북 역까지 유로스타를 타니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한다.

도버 해협의 바닷속 해저터널을 뚫고 지나왔던 그 시간보다

파리의 북역(Gare du Nord)에서 통과 심사를 받았던 시간이 더 길게만 느껴졌다.

 

 

길고 긴 줄 끝에 유리 벽 안에 있던 프랑스 직원에게

여기 온 이유, 얼마나 있을 것인지 뭐 그런 형식적인 질문에 대답을 한다.

꼬불꼬불 노랑머리 백인 아가씨가 나를 짜증난다는 듯 쳐다보며

니 영어는 못 알아듣겠다며 프랑스어로 말한다.

 

 

(내가 말이야,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가 불어였다고!

"프랑스 애들 안되겠네~~ 이런 곳에서 일하면서 영어도 모르고. !"

욕을 한 사발 해준다. 속으로만....)

 

 

옆 칸으로 가버리라는 손짓을 째려보며 어쩔 수 없이 등을 돌리는데

내 뒤에 서 있던 백인 아저씨에게는 너무나 친절하게 응대한다.

그나 나나, 간단한 영어로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웃으며 영...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 화를 내고 싶었지만 우선 참았다.

씩씩거리며 옆 칸으로 이동해서 또다시 긴 줄 끝에 선다.

다시 유리 벽 안에 있는 다른 프랑스 직원과 마주한다.

유리 벽 안쪽 직원 공간은 연결되어 있었다.

아까 그 꼬불꼬불 노랑머리 프랑스싸가지가

내가 줄 앞으로 다가서자 옆의 직원에게 귓속말을 한다.

... 옐로우 몽키 어쩌고 저쩌고....

 

 

그렇다. 난 인종차별 당했다.

유리벽만 없었다면 옆발 날라차기 서너 번은 해줬을 텐데.

지금 생각해도 열받는다.

(그때 또, 하필이면... 내가 바나나를 먹고 있었다. AC..)

 

 

 

#내안의차별의식,혐오.

 

이번에 읽은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이 책은 문화 평론가이자 인문 작가인 박민영 선생님께서 써주신 책,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믿고 읽는 박민영 선생님의 글을 북트리거 출판사에서 묶어 내주었다.

 

 

(북트리거 : 트리거(trigger)'방아쇠'를 뜻한다. 나와 사물,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책을 펴내는 출판사) 와우~ , 이번에 정말 제대로 자극받았다.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지 '혐오는 안 된다'는 윤리적 당위만으로는 부족하다. 혐오에 대한 '메타 지성'이 필요하다. 혐오가 정치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논리적 맥락 속에 있으며, 그 역사적 연원은 무엇인지, 그 발생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고, 인식이 바뀐다.

 

윤리적 감수성이라는 것도 그 지성에 따른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의 모든 혐오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그 객관적 판단과 인식의 변화를 돕기 위해 쓰였다.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프롤로그 중

 

 

저자가 프롤로그에 써 준 내용대로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의 모든 혐오를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며 몰랐던 우리 사회 속 혐오가 이루어진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알게 되었다. 지난날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혐오를 당하고 있었음을, 지금껏 내 안에도 고인물처럼 혐오의 인식이 들어있음을 깨닫는다.

 

 

특히, 여성혐오 쳅터 부분에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고, 세월호혐오 편에서는 분노했다. 부끄럽지만 전혀 관심 갖지 않았던 난민에 대한 혐오들도 이 책을 통해 그 배경을 알게 되었다. 그밖에 이주노동자 혐오나 조선족 혐오 그 아래 깊이 깔려 있는 경제적 차별을 읽으며 씁쓸했다.

 

 

 

많은 부분을 밑줄 치고 메모해서 이 공간에 다 옮길 수는 없겠다.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이 책은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읽으며 이야기들을 나눠보고 싶다.

여러분 이 책 꼭 읽어보세요.

 

 

 

현상을 적시했을지라도, 근본적인 이유를 따지지 않은 채 현상만으로 사람을 비웃는 것은 혐오가 될 수 있다.-노인혐오_86p”

 

 

누군가를 혐오하지 않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축적된 관용적으로 쓰이는 혐오 표현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혐오_121p”

 

 

동성애는 한 인간의 성적 지향에 관한 문제다. 누가 지지하거나 말거나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는 이성애가 누가 지지하거나 말거나 할 성질의 것이 아닌 것과 같다. -동성애자혐오_139p”

 

 

세월호 참사에서 침몰한 것은 한척의 배가 아니었다. 그때 침몰한 것은 우리가 믿고 의지했던 사회시스템 전체였다.-세월호혐오_181p”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다. ?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이 너무 심한 경쟁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기 위해 차별코드에 쉽게 동조한다. 차별에 대한 동조는 일상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이주노동자혐오_201p”

 

 

경제적 차별 : 다른 나라에 사는 동포를 대하는 방식이 비열하다고 할 만큼 차등적이다. 똑같은 동족인데, 부유한 동포는 존중하고, 가난한 동포는 멸시한다.-조선족혐오_210p

 

 

 

=> 이 글은 북트리거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서 읽고 썼습니다. 서평의 내용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좋은 책 만들어주시는 북트리거 @booktrigger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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