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를 내 나름대로 지어보았다. ‘악마와의 거래

주인공 세라는 직장 상사 러브록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줄곧 참아왔다. 대학 전임강사 자리를 빌미로 한 그의 성추행과 온갖 희롱을 견뎌내며 자신의 경력을 지켜내고자 애쓰며 살고 있다. 늘 그렇듯 소설 속 사회도 강자의 편이다. 대학은 명성이 뛰어나고 연구비를 많이 따오는 러브록의 행태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일개 계약직인 세라의 외침은 힘없는 자의 메아리일 뿐이다.

어느날 우연히 차사고를 목격하고 한 소녀를 구해주게 되는데 그 아이가 러시아 마피아 집단의 두목 딸이였다. 목격자인 세라의 증언만 있을 뿐 그날의 차사고의 흔적은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납치를 당한 세라는 그 마피아 두목에게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135p - “내게 이름 하나를 주십시오. 한 사람의 이름을, 내가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해주지. 당신을 위해서.”

 

137p - “합법이냐, 불법이냐, 그건 누가 결정하는 거죠? 누가 그렇게 만드는 거죠? 난 지금 법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정의를 말하는 겁니다. 당신을 위한 정의, 당신의 가족을,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정의 말입니다. 나는 내 빚을 갚을 생각입니다. 남자에게 명예가 없다면, 아무것도 없는 거니까.”

    

 

위에 인용한 내용은 마피아 두목 볼코프의 말이다. 그도 정의를 말한다.

형체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정의. 이 정의를 외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정의의 본질도 달라진다.

오늘날 영화보다 더 영화 시나리오 같은 우리나라의 단면들이 떠오른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악마와의 거래는 사실 좀 어이없게 흘러간다. 마피아 집단이 이렇게 어설프게 행동하다니... 내용의 흐름 상 아쉽지만 현실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면 결국 이 세상에 나를 도와주는 마피아 집단 따위는 없다. 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뿐.

세라 또한 스스로의 힘으로, 그리고 그녀를 곁에서 조용히 지켜봐주고 격려해주는 아버지의 힘으로 이 험한 세상을 맞서나간다.

    

 

349p -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네 엄마가 아직 살아 있던 때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건 아니었지. 난 분노를 놓아주어야 한다는 걸, 그렇지 않으면 종국에는 그 분노가 날 태워버릴 것임을 알았다.”

왜 저한테 이 얘기를 들려주시는 건가요?”

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거든. 내가 원하는 삶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소설의 내용은 해피엔딩이다.

소설 속의 세상 더러운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일어난다. 권력자의 비리와 갑질, 그들 사이의 커넥션, 경쟁 구도 속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친구의 배신 등등...

 

우리가 리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도 스스로 굳건하게 바로 설 수 있기를, 험한 세상이지만 사회의 구조가 올바른 방향으로 정의를 추구하고 그 방향에 나도 서 있기를 희망한다. 소설처럼 해피엔딩이기를.

 

 

 

=> 이 글은 아르테 책수집가4기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서 읽고 썼습니다. 서평의 내용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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