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거 총을 든 할머니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나의 로망은 백발의 위풍당당 할머니로 멋지게 나이들어 가는 것. <루거 총을 든 할머니> 이 책 표지에는 루거총(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주로 독일군에서 쓰인 권총)22구경 장총을 든 백발의 할머니가 굳게 다문 입술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독자들을 향해 그녀가 100살 넘게 살아왔던 한 세기 동안의 일들을 강렬한 눈빛으로 전해주는 느낌이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가만! 어떤 배우들이 주인공 베르트역에 어울릴까? 내가 영화감독도 아닌데, 혼자 깊은 고심 끝에 점찍어 둔 배우들이다. 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 그리고 영국 배우 헬렌 미렌.

 

   

 

 

 

책을 읽자마자 손에서 떼기 어려울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102살 동안 살아낸 자신의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 여성의 인권, 인종차별의 무자비함, 법과 정의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절절했던 사랑이야기까지. 존엄을 위해 평생을 불꽃같이 싸워왔던 블랙 위도우의 삶. (블랙 위도우는 암놈이 수놈을 잡아먹는 미국산 독거미를 칭한다. 스칼렛 요한슨이 떠오르는 마블 시리즈이기도 하고..) 주인공 베르트 그녀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마음 한 구석에 먹먹하게 아린 감정이 전해진다. ‘페미니즘’, ‘스릴러’, ‘서스펜스’, ‘로맨스등등의 다양한 단어로 이 소설책을 설명할 수 있겠지만 단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는 없다. 직접 읽어 보는 수 밖에. 다만 박노해 시인의 시 한편이 떠오른다.

 

<아니다>

-박노해

 

억압받지 않으면 진리가 아니다

상처받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니다

고독하지 않으면 혁명이 아니다

 

    

 

<루거 총을 든 할머니>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들입니다.

 

69p 레지스탕스들은 나와 똑같은 일을 하고서 훈장도 받고, 용감하다고 떠받들어지지만 말이다. 거기에 개인적 유감은 없어. 네 양심에 따라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108p - “살면서 실수는 할 수 있어.... 괜찮아.... 그걸 깨닫기만 한다면....”

 

 

153p 그가 베르트에게 느꼈던 사랑은 진심이었으나, 그것은 삶의 괄호였다. 전쟁 속의, 삶 속의 괄호.

 

 

177p 베르트는 자신에 대한 존중을 쟁취했다.

 

 

183p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빈 껍데기를 보았다. 더 이상 자신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전사였는데, 지금은 운명을 감내하고만 있었다. 희생자가 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결론은 참을 수 없었다.

 

 

309p - “전 당신의 좋은 평판이 필요 없어요, 전 지금의 제가 부끄럽지 않거든요.”

 

 

393p - 입 안에 마지막 울음을 가두고 있었다. "끝까지 살아낼게!"

 

 

- 이 책은 성장판 서평단 2기 활동으로 출판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위의 서평은 전적으로 제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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