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가끔씩 동화책을 사주긴 하는데, 막상 책을 고르려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할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고민을 해보면서 정작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만화책으로 대답합니다. 만화책이 나쁘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왕이면 아이들 정서와 생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인지라 망설이다 맙니다. 특히 요즘 나오는 동화책도 외국에서 수입된 외국동화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요. 나름대로 세계 무슨 상들을 탔다고 거창한 선전 문구가 나와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림이나 색상등이 우리 아이들 정서에 맞을까 의문이 들어요. 그런 가운데, 이번에 김홍모씨의 '구두발자국'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문득 한편의 동양화를 연상하듯 차분하면서도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네요. 아마도 작가가 어렸을때 산골에서 눈위에 발자국을 남기던 추억을 아내와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었나 봅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먹을 것이나 놀 것이 풍족했지만, 몇십년전만 해도 밥만 먹고, 밖에서 흙놀이하고 눈오면 눈싸움 했지요. 마지막에 바둑이와 같이가 눈위에 그린 그림이 '로버트 태권브이'인 것을 보고 아버지가 아이와 서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가 아이들 나이었을 때 태권브이가 최고의 영웅이었고, 동경의 대상이었죠. 작년에 다시 태권브이가 부활하면서 그 당시 아이었던 아버지가 아이들과 손을 잡고 영화관을 찾았다고 하던데, 이번 작품에도 부모와 자녀가 서로 마음을 주고 받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네요. 우리 아이도 마지막에 나와있는 태권브이를 보며 입가에 웃음이 떠날 줄을 모르네요. 이번에 영화 본 기억을 다시금 말하며 무척 즐거워합니다. 여러모로 즐겁고 따뜻하고 정겨운 동화책 한권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