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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서울 -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ㅣ 서울문화예술총서 2
김재관.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받아보고, 양장본으로 깔끔한 편집과 내용구성에 마음에 들었고,
작품을 가득 실은 문학의 배를 타고 떠나는 서울나들이는 저자들의 친절한
안내로 편안하게 즐길수 있었다.그러나 책이 술술 읽히는 편안함속에도
서울이라는 터널속에 걸어온 우리들의 발자취는 힘겨운 이면을 담고 있었다.
195~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문학속에 감추어진 서울의 변화과정을 살펴본다.
그러면 조선시대이래 600년간 수도 역할을 한 서울의 모습은 문학작품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참고적으로 이 책속에는 국문학을 전공한 저자답게
육십명이상의 작가와 작품-시,소설,평전,가사등을 검토하며 서울의 모습을
구체화시킨다,시대적으로 한국의 근대화와 궤를 같이하며 성장해온 한국문학의
흐름을 되짚어 보고 있는 것이다.
목차를 살펴보니,채 열권의 책밖에 읽지는 못했지만,모든 책을 다 읽지는
않았더라도 책을 읽어나가는데는 불편함은 없다. 각각의 책의 줄거리를
어느정도 요약되어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오히려 원작을 읽고 싶은 충동마저
들게 한다.1장에서 언급되고 있는 서울의 팽창과정은 작금에는 수도이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낳게되었고,급기야 헌법재판소에까지 법률적인 판단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서울의 양적팽창은 권위주의적 정부주도의 근대화정책에 기인하지만,
여기에 오적으로 일컫는 재벌,국회의원,공무원,장성,장차관의 부정부패도
더욱 기형의 서울의 모습을 잉태시키는데 한몫을 한다.
60년대의 빈부격차의 시발탄을 알리며 개발에 의해 삶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나는
서민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김광섭의'성북동 비둘기'가 있다면, 70년대에는
조선작의'영자의 전성시대'가 나온다. 당시 농촌에서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여
비참한 생활을 했던 모습들이 잘 나타나 있다.식모살이를 견디다 못해 버스차장을
하다가 삼륜차에 치어 한쪽팔을 잃게 된 영자는 외팔이 창녀로 전락한다.
조세희의 '난쏘공'에서도 한국의 자본주의의 추악성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으며,
정경유착의 부패의 고리속에 힘없고 불쌍한 서민들만 개발의 수혜에서 철저히
외면당한다.
2장에서 다루는 서울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마련하기까지의 갖은 고충을 다루고
있는데, 50~60년대의 재건주택과 대규모 주택단지속에 사는 삶은 서울이라는
거대한 기계에 부품에 불과하였다.또한 70~80년대에 양산된 불량주택에서는
집장사들의 날림공사와 대충 때우는 설비장사들의 횡포속에 나타난 서민들의
생활상은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에 등장한다.요즘 같으면 아파트 위아래층
사이의 층간소음으로 칼부림까지 나지만,80년대의 최수철의'소리에 대한 몽상'은
이웃에 대한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되고, 오늘날처럼 관음적인 쾌락을 노리는
변태행위가 아닌 인간성을 지키고자하는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2003년도에 TV로 방영된'옥탑방고양이'가 젊은이들의 어설픈 동거를 다루며
인기를 끌었는데,90년대의 작품속에 나오는 옥탑방은 가난의 상징으로 아픔과
절망만을 안겨주는 고통의 공간으로 묘사되고 있다.
서울,한양은 삼국시대이래 정치적,경제적 중요성은 더해갔다. 3장에서는 특히
군사정권의 근대화정책은 먹고살 자리를 보장해준다는 명분아래 갖은 폭력과
인권침해를 강요한게 사실이고,문학작품에서도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영래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과 박노해선생의 '노동의 새벽' 그리고
광화문과 민주화운동을 다룬 김만옥의 '그리운 거인들'등이다.
4장에서는 이러한 굵직한 사건들과 달리 서울의 또 한편에서는 서울사람들의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서울이라는 울타리속에 부익부,빈익빈의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절대적인 측면과 중산층의
허위의식이 난무하고,그도저도 서울의 발전과 상관없이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서울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독하게 생활해야 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90년대는 이순원의'압구정에는 비상구가 없다'에서 압구정을 배경으로 욕망과
자본주의 물신사상이 지배하고 타락하는 사회상을 보여주며,자정기능을 상실하고
끝없는 자본주의의 욕망에 대한 경종을 보여준다.또한 오늘날 지나칠정도로
'명품열기'는 지위의 대리물로서의 과시형과 남들의 무시를 막아주는 질시형이
뚜렷해지는 경향으로 '사치공화국'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참고적으로 강춘진기자의 [책속에 갇힌 문학,책밖으로 나오다]는 "서울아닌"
전국각지를 작가와 동행하며 문학기행을 다녀온 내용을 담고 있는데,이번
책과 같이 봐도 재미를 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