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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하루는 없다 - 아픈 몸과 성장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희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삶이 힘들고 버거운 이유가 개개인마다 다르더라도 충분히 그 사람의 아픔과 삶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분은 내가 부모님이라면 정말 자랑스럽고 기특하다고 생각할 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좋은 컨디션으로 지내기 위해서는 열심히 살면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는 건, 참 슬픔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라는 말이 응원과 위로가 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겠다라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모든 사람의 삶이 개개인마다 다르듯 저자의 삶과 나의 삶은 저마다 정체성을 갖고 있었지만, 나는 감히 저자의 아픔에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어떤 이유로 인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나도 살면서 숱하게 떠올려 본 생각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연봉 얼마까지 받을 것이다, 어떤 직장을 갈 거고,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할 거고 등등 여러 이상적인 목표가 있지만 중학생 시절부터 내 목표는 줄곧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볼 때 나 자신은 평범의 범주에서 벗어나 한참 부족하고 뒤처져 있는 사람이었다. 남들처럼 사람을 사귀지도 못하고, 마음의 평화를 누리지도 못하며, 번듯한 직장을 다니지 못했던. 나만의 세계에 갇혀서 끊임없이 괴로워하는 사람이 나였다. 지금도 이 악물고 직장에서 버티고, 삶을 버티는 이유는 어떻게든 '평범'의 범주 안에 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일상을 살아내더라도 나는 보통 사람보다 몇 배의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녀의 아픔에 이입하여 이 에세이를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갑자기 찾아온 병으로 인해 억지로 열정을 덜어내고 외로울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모습이 나에게도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누구나 말하듯, 평범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내게는 더 멀리 있는 것이기도 했다.
어린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병을 끌어안고, 나는 자주도 울었다.
나는 애초에 높은 목표를 잡지 않는다. 입시 준비할 때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다닐 수 있는 4년제. 취업 준비를 할 때도 그저 월급 안 밀리고 어디든 나 뽑아주는 회사. 평범해지고 싶은 내 마음은 조급해졌지만, 정작 내가 바라는 평범은 저 멀리 있었다. 첫 회사에서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퇴사하고 난 뒤, 어쩌면 나는 벅찬 마음의 병을 끌어안고 과거로 돌아갈까 두려워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생각난다. 강박증과 불안장애가 심하게 도지던 시기, 난 고등학교 친구와의 약속을 미뤘다. 마음이 도저히 힘들어서 만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친구는 이해해주었다. 나는 약속을 미룬 걸 이해해준 그 친구에게 너는 요즘 어떠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말했다. 난 언제나 잘 지낸다고. 너가 못 지내서 걱정이라고.
친구는 악의 없이 내가 안타까워서 한 말이었지만, 저게 진짜 평범이고 평온한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 친구에게 먼저 연락할 수가 없었다. 그 친구의 눈에 평범하지 않은 내가 얼마나 이상해 보일까 싶어서.
진정한 친구는 우산을 씌워주는 이가 아니라 같이 비를 맞아주는 사람이라 했나. 나는 한 발자국 물러서서 이 책을 읽기보다는 저자와 함께 삶에 내리는 비를 같이 맞았던 것 같다. 그만큼 아픔이 느껴저서 슬펐고 '나도 그래.'라고 답하고 싶었다.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 완벽주의자인데, 그건 나 자신이 가치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텅텅 비어버린 내 삶의 구멍들을 꿰맬 수 있는 성과가 필요했다. 이 점은 때때로 나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따금 심각한 번아웃을 가져와서 연락을 모두 끊고 잠수를 타기도 한다. 그게 불과 몇 주 전이다.
선희는 내게 말한다.
지금까지 살아낸 것만도 대단하다고, 더 이상 무언가를 해내면서 너의 존재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이 직업이 익숙해진 후,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증명하고자 했다. 막상 나보고 그렇게 하라고 종용한 사람은 없었다. 물론 회사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요구하긴 했지만 나를 가장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압박감을 느끼게 한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170쪽에 나온 말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다. 당장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지라도 너는 너 자체로도 가치 있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당연한 하루는 없다. 정말 그렇다. 표지를 보면 머리를 감는 사진이 들어가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머리 감는 일상적인 일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평범일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들었다. 일상과 평범을 갈구하는 건 아픔을 갖고 있는 모두가 바라는 꿈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평온한 하루, 웃으면서 보낸 하루는 그래서 더 선물 같다. 나는 저자도, 내 가족이나 친구도, 그리고 나 자신도 하루하루 뜻깊은 선물을 보내고 있으면 좋겠다. 밤을 보내며 작은 바람을 덧붙인다.
+여담으로 부모님을 '엄마'나 '아빠'보다는 '선희', '성우'라고 이름을 담은 게 좋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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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