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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트라우마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도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뭔가에 몰입하는 걸 좋아하고 트라우마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진 나로서는 마다할 책일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전문가가 얘기하니 정보도 확실할 것이고. 더 마음에 들었던 건 그저 심리학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영화를 통해 말하는 것이니 내용도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이 책은 트라우마와 심리학을 하나도 몰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영화와 함께 묶어서 얘기하니 재미가 배로 늘어난다. 본 영화면 본 영화대로 반갑고, 안 본 영화일지라도 몇 번 들어본 영화면 바로 흥미가 생겼다. 아예 모르는 영화가 나오면 자연스레 그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분께서 영화에 박식하셔서 나올 수 있는 책 같다. 책에 나오는 영화 중에서는 분위기가 어두운 작품도 있어서 보기 힘들었을 거 같은 것도 있었는데, 애정을 갖고 보셨던 게 느껴졌다. 게다가 전문적인 시선으로 본 영화의 모습도 알 수 있어서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인상적인 트라우마는 '전쟁 트라우마'였던 거 같다. 다른 트라우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서 그저 '오오'하면서 봤는데 전쟁 트라우마는 다소 생소해서 더 기억에 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부모님 세대를 포함해서 내 또래 세대는 전쟁을 겪어 보지 않았던 터라 그 고통을 감히 짐작할 수 없어서 그런 거 같다.
전쟁 트라우마를 가진 <아메리칸 스나이퍼>와 <바시르와 왈츠를> 속 주인공들은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는 신경계가 항상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이게 정말 힘들었을 거 같아서ㅠㅠ 더군다나 아무래도 전쟁을 다루어서 그런가 다른 영화에 비해 확실히 끝맛이 씁쓸하고 찝찝했던ㅠㅠ
스몰 트라우마를 다룬 것도 좋았다. 빅 트라우마가 전쟁, 자연재해, 범죄 같이 큰 사건과 연관된 트라우마라면 스몰 트라우마는 일상적인 사건에서 생긴 트라우마 같은 건데, 이게 딱 내가 가진 거라서 ㅎㅎ 비록 이름이 '스몰' 트라우마지만 결코 작은 트라우마가 아니고 발견하기 힘든 트라우마라고 딱 밝힌 부분도 좋았다. 왜냐하면 그만큼 발견하기 힘들어서 마음이 곪는 거 같아서ㅠㅠ
이 책에서는 다양한 트라우마가 나오지만 사실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공통점이든 치유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만 해도 내 칭얼거림 다 받아주는 부모님에, 항상 내 고민을 잘 들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물론 종교도 좋게 작용했다.
혼자서는 절대 극복 못했을 것이다. 트라우마가 아예 치유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건 옆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영화들, 그 속에서 쓸쓸했던 주인공들을 보면, 그들에게도 치유자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읽는 속도가 굉장히 느린 편인데 일주일 만에 다 읽었다. 근데 진짜 내용이 크게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아서 좋았다. 특히 <김복동>, <한공주> 같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들을 다룬 영화도 말해줘서 좋았다.
후회하지 않을 겁니당!! 왜냐하면 게으른 2N년생이 재미있게 읽은 책이니까♥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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