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화되었다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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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트위터를 돌아다니다가 이런 글을 보았다. 과거를 지나치게 낭만화하지 말라고.

근데 우리가 낭만화 하는 건 비단 과거뿐만이 아닌 거 같다. 고장난 사회를 드러내는 아픈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어쩌면 우리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지나치게 낭만화한 거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안심하고 스스로에게는 너그러우면서도 남에게는 엄격하게 굴고. 설마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자만하기도 하고.

이걸 다르게 말하면 '미화되었다'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미화된 사회, 우리를 다루었다. 독특한 건 신문 기사를 인용하고 그 옆에다 시를 남겨 놓았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뉴스에서 봤다 싶은 사건들도 있을 것이고, 미처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사건들도 있을 것이다.

다른 시집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탄생하는 것과는 달리 이 시집은 현재 사건에서 출발해서 더 현실적으로 몰입이 가능하다.

내 경우에는 해외의 소식을 다룬 기사가 기억에 남는데, 기사 제목이 '치매로 기억을 잃은 英 남성, 아내에게 청혼해 두 번째 결혼식'이었다. 요지는 치매를 앓은 남성이 아내와 결혼했다는 걸 잊고 다시 청혼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너무 낭만적이어서 표시해놓은 기사이기도 하다.

설레신다니 말입니다.

처음 만난 그날처럼

떨리신다니 말입니다.

잠자리에 드는 이 밤이

이렇게 기쁠 수 없습니다.

이른 아침

뒤척이는 소리에 꺠어나

수줍음도 없이

첫눈에 반했어요

백년해로합시다, 하고

속삭여주신다면

처음 만난 그날처럼

오, 사랑이여

-131쪽, <천만 번의 청혼>

주로 뉴스를 볼 때나 기사를 읽을 때는 국내 소식 위주로 보고 있다 보니 처음 본 기사였다. 잠시 동안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기사와 시였다.

반면에 마음 한편을 숙연하게 만드는 시도 있었다. 사실 이 시집 자체가 미화된 '우리'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무게가 있는 시들이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반려동물'에 관한 것이었다.

기사 제목은 '피서지에 버려지는 강아지들… "안락사 그만하고 싶어요"'

외로움에 취약하며

신의를 모르는

만물의 영장

이럴 거면

이름 같은 건 지어주지 마시지.

아무도 호명 않는 거리에서

낯선 보호소에서

지순한 몸짓으로

가족을 기다리지만

기어이

불길한 잠에 드는,

너희로서는

도통 이해 못 할 세상

-149쪽, <친밀한 배신>

개인적으로 충격받았던 또 다른 내용은 모 보호소가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곳에 일부러 반려동물을 버리고 간다는 것이었다.

정말 우리는 얼마나 미화되었나. 좋은 것만 보며 자라라고 했지만 불합리한 것도 보아야 우리들이 말하는 '어른'인 것을.

그러니 지나치게 미화하지도, 낭만화하지도 말자. 그럴수록 어둠은 빛은 가려지고 우리의 눈은 그저 멀어버릴 뿐이다. 말을 조심하고, 생각을 조심할 것. 가끔은 낭만을 보는 시인이 아니라 현실을 보는 시인이 될 것.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페토 #댓글시인 #그쇳물쓰지마라 #우리는미화되었다 #수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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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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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렸을 때 꿈이 시인이었다. 5학년 때 처음으로 글짓기 상을 받고 처음으로 시인을 꿈꾸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시를 잘 쓰면 글을 잘 쓰는 것'이라는 공식이 자동으로 떠올랐던 거 같다. 그도 아니면 단순히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다던가.

근데 어느 순간부터 글 중에서 '시'가 가장 쓰기 어렵다는 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있는 소설이나 산문과는 달리 시는 짧은 글 안에 많은 의미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글보다 좀 더 공식이 필요하고 감성이 필요한 느낌이 들었달까. 나는 시가 아니라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시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시보다 재미있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5학년 때로 돌아왔다. 시를 쓰진 못해도 시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시인처럼 사는 건 딱히 어렵거나 특별한 걸 해야 하는 건 아닌 거 같다. 그저 좋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마음 챙김의 시>가 나에게 그런 책이 되어준 거 같다.

흉터가 되라.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42쪽, <흉터>, 네이아라 와히드
어쩌면 내 속을 들여다보고 문득 떠오르는 단어에 의미를 담는 것. 그렇게 하나의 사유가 되는 것도 시인처럼 사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저 아픈 기억이라고만 생각했던 흔적이 '살아 낸 흔적'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세상 어느 곳으로도
날아갈 수 있으면서
새는 왜 항상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53쪽, <새와 나>, 하룬 야히아
이 시를 보고 내가 하게 된 새로운 도전이 어쩌면 정말 큰 의미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잘못된 길로 온 줄 알았는데 그게 또 하나의 길이었고, 이 길로 오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면 이 순간만큼은 나는 자유로운 새겠구나 생각했다. 불안하고 두렵더라도 한곳에 머물러 있는 소극적임은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우리를 붙잡아
감옥 안에 던져 넣었다.

(…중략…)

가장 나쁜 일은
알면서
혹은 모르면서
자기 안에 감옥을 품고 사는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 있다.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고
착한 사람들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89쪽, <가장 나쁜 일> 나짐 히크메트
 
이토록 간결하고 강렬한 위로가 있을까 싶었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건 돈이나 명예나 어떤 특별한 일이 아니라, 그저 작은 시일지도 모른다고. 욕심이 눈을 가려 가끔 잊고는 하지만 마음을 위로하는 건 이토록 사소한 것이거늘.

조심하고 또 조심하게 되는 요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잊고 있었던 '나 자신에게 조심하는 법'을 배웠다. 동시에 그동안 마음에게 주지 않던 처방약을 준 거 같다.

책 처방은 다른 게 아니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이고, 나는 좋은 책이 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정하고, 또 온화하니까.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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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의 책 - 독립출판의 왕도
김봉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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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립출판에 관심이 많다. 간헐적으로는? 열정적으로 독립출판을 꿈꿀 만큼 관심 있는 건 아니지만 막상 이를 다룬 책을 발견하면 호기심이 생겨 읽을 때가 있다. 이 책은 현생에 찌들어 죽어 있던 호기심을 깨운 책이었다. 요즘 들어 특히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딱 각 잡고 간만에 종이책을 읽고 싶a었다. 그러니 더더욱 '독립출판'이라는 소재가 딱 맞았다.

대학 갓 졸업했을 때 독립서점도 찾아가 보고 독립출판 책도 읽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때 추억이 다시 생각났다. 사실 보통 출판을 다룬 책하면, 거의 10년 차 전문가인 편집자나 MD, 출판사 대표 분들이 많은데 이 책은 처음 독립출판을 해 본 저자가 시작을 어떻게 했으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담겨 있다. 즉 1단계부터 차근차근 밟아 온 과정이 잘 담겨 있달까. 출판 팁 같은 것도 전문가가 '자, 잘 들어라. 무려 내가 알려 주는 꿀팁이다'라는 느낌보다는 '저도 했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알려드릴게요'라고 말하는 듯한, 동지가 동지에게 조언을 건네는 듯한 투다.

정말 우여곡절, 고행이 담긴 출판 스토리를 본 기분이었다. 겸손한 사람, 냉정하게 말하면 스스로를 제대로 평가할 줄 아는 사람의 담백한 말투가 이 책에 녹아 있다. 가끔은 몇 십년 차 베테랑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이처럼 '신예'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생생한 느낌이다. 가식이나 위선, 오만한과 자만함이 없다고 해야 할까. '내가 이만큼 이뤄놨는데 말이야, 그 팁이 뭔지 알아?' 이런 느낌이 없다. 즉, 사회초년생의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자극하지 않는다.(ㅎㅎ)

게다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 같다. 특히 나는 웹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실 아직 스스로를 작가라고 칭하기에도 부족하다. 사실 요즘 '내글구려병'에 걸려서 자신감이 많이 상실한 상태이기도 하다.

그러다 이 구절에서 왠지 눈물이 핑 돌았다.

책을 입점시킨 바로 다음 날 블로그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책을 사서 읽고 감동했습니다. 오랜만에 진정성이 담긴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걸로 됐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첫 입고를 하고 거짓말처럼 바로 다음 날 블로그에 달린 댓글을 보고 한 생각이었다. 이걸로 됐다. 어떤 엄청난 성공이나 성취를 예감하는 단초를 느낀 순간의 감탄 같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앞으로 이 책이 단 한 권도 팔리지 않고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으며 또 세상에 나왔다는 것조차도 모르게 잊힌다고 해도, 나는 이 날 이 한 문장의 댓글이 달린 것으로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내길 잘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걸로 됐다, 하는 마음/68-69
어느 순간부터 다른 작품과 비교하던 나는 이 문장을 보고 내 초심을 떠올렸다. 그저 댓글 하나만 달려도 좋아하던. 조회수 100위 안에만 들어도 좋아했던 때가 생각났다. 가끔 내 소설 댓글에 '정주행'한다는 댓글 달릴 때가 있는데, 타 작품에서 보던 댓글이 내 작품에도 달려서 어안이 벙벙했다.

이걸로 됐다. 나도 그때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다. 독립출판, 웹소설. 언뜻 보면 거리가 먼 듯 보이지만 글을 좋아하는 마음은 똑같은 걸. 그것만으로도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독립출판을 다룬 책을 읽고 싶은데 너무 전문적인 책 말고 진솔한 경험담을 듣고 싶다면 정말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꿀팁도 담겨 있으니 유익하기도 할 것이고!!

간만에 술술 읽은 책이었던 거 같다. 내용 자체도 재미있고 가독성도 좋아서 휴가를 보내면서 열심히 읽었다.

그런데 작가님... '~에 대해서'라는 말을 좋아하시는 거 같다ㅎㅎ 내가 지금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는 문장을 이렇게 고쳐도 될 거 같은 부분이 있었는데, 특히 '~에 대한'이 그랬다. 몇 문장 연속으로 이 문장을 쓰는 걸 지양하는 편이라 왠지 손이 근질근질했더라는..큼큼. (이하 웹소설 PD의 직업병이었습니다)

아무튼 좋은 책이었다. 위로와 즐거움을 동시에 득템!!

한 권을 완독하고 싶은, 독립출판에 관심이 있는 당신에게
작은 마음을 보태 추천합니다!

- 책을 제공해주신 수오서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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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떡볶이 소설집
김동식 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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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하듯, 나한테도 추억이 가득한 음식이다. 학교 끝나고나서나 학원 쉬는 시간에 자주 먹었던 이 음식은 대체로 컵떡볶이로서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가격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컵떡볶이 하나에 500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그런 소소한 음식을 먹는 게 낙이었던 거 같다. 지루한 수업을 듣다가 먹는 컵떡볶이가 참 맛있었던 거 같다.

사실 초등학교 때 그렇게 좋은 추억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때 알던 친구들하고는 연락 끊긴지 한참이고 게다가 한창 종합 학원을 다녔을 때였다. 그래서 그냥 힘들기만 한 줄 알았는데 떡볶이 하니 초등학교 때가 아련하게 떠올라서 '아, 그 시절이 그렇게 재미없기만 했던 시절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컵떡볶이 하나에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던, 그 당시의 순수한 마음이 그립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걸까.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왜 아련하면서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표지도 하필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에다가 표지 디자인도 너무 예쁜 거 아니냐며ㅠㅠ 내지 디자인도 너무 예뻐서 소장용으로 갖고 있기 딱 좋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서평이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무튼 큼큼. 단편 소설집은 어떨까 궁금해서 더욱 읽고 싶었던 거 같다. 단순하지만 표지 예쁨+소재가 떡볶이임+게다가 소설이네=읽자! 가 되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들었던 생각은 떡볶이에 이렇게 다양한 맛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었다. 어떤 이야기는 귀엽고 웃으면서 보게 된다면, 다른 이야기는 정말 마음 아파하면서 보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공감하면서 보기도 하고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떡볶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정말 인상 깊었다. 쓰시는 작가분께서 참 많이 힘드셨겠다 싶었다. 뉴스 틀면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사건을 다루어서 같은 여성으로서 정말 가슴 아파하면서 읽었다. 떡볶이에 정말 쓰디 쓴 쓴맛도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려 왔다. 만약 해당 작가분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당신께서 보듬어주지 못하는 수정이를 내가 깊이 안아주었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수정이를 잊지 않겠다고도. 그러니 수정이한테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정말 다양한 맛의 떡볶이가 있어서 다른 독자들도 즐거워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당신의 떡볶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냐고. 아마 이 책 이후의 이야기는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감명 깊게 읽었다.

-책을 제공해주신 수오서재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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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해빙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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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하면 보통 딱딱한 내용이라고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기자 분이 집필하셔서 그런지 문장들도 너무 깔끔해서 더 읽기가 편했던 거 같습니다. 자기계발서는 읽고 싶지만 꼰대 같은 책에는 지친 독자한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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