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리스 Fearless - 한국 최초를 써 내려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유나양의 정공법
유나양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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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루에 한 글자도 진득하게 읽는 게 어렵다. 빠듯한 시간 속에서 속독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종이책은 어느새 일상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보니 내 식견이 점점 좁아지는 걸 느꼈다. 머릿속 상상의 연못이 메마르는 게 느껴졌다. 글이 좋아서 글을 다루는 곳으로 왔는데 마냥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길 좋아하던 나는 자꾸 사라지고 있는 거 같았다.

<피어리스>는 그런 나에게 '넌 이런 이야기를 좋아했어'라고 알려주기 위한 내 선택이었다. 넌 아무리 바쁘고 졸려도 예전에는 눈을 억지로 떠가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했다고. 무엇보다 이 책은 남들 보란 듯이 멋지게 성공하자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행복한 성공을 만들어가자고 얘기하고 있기에 이 시기에 더 적합한 책이라고 느껴졌다.

이 책의 저자 유나양은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YUNA YANG' 브랜드를 론칭한 세계적인 디자이너이다. 이 사실만 딱 들었을 때는 멋지다고 막연히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에 적힌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저자도 참 고생을 많이 했다.

동양적인 브랜드 이름. 텃새가 심한 세계 패션 세계. 동양 디자이너를 향한 편견. 사실 마지막 말만 보아도 얼마나 고생했을지 어렴풋이 그려져서 저자를 더 응원하게 된다. 책에서 기억나는 내용은 주변 지인이 그녀에게 브랜드 이름을 바꾸라고 하는 거였는데, 브랜드명이 동양적이어서 외국인들이 외우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러면 자신의 색을 잃어버리는 거라고 '유나양'이라는 브랜드명을 고집하는데 보면서 '아, 이래야지~' 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거 같다. 멋있어요, 언니.

책에 저자가 디자이너한 옷 사진들이 많이 나오는데 보면 옷도, 책 레이아웃도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모로 눈을 즐겁게 하는 책이었다. 공감가는 구절들도 많았는데 그중에서 유나양을 표현하는 문구는 딱 이거라고 생각했다.


"유나, 이제 평생을 롤러코스터를 타고 살게 되었는데, 준비되었나요?"

-실패라고 생각한 순간, 나를 일으켜준 것 [도전하는 삶] 39쪽

이 말처럼 이 책의 정체성을 표현한 말이 있을까? 사실 이 말은 나에게도 건네는 말처럼 느껴져서 체크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었던 거 같다. 난 지금도 종종 내가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평화로운 환경에 안주했다면 좌절할 일도 없이 편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나에게 저 말은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는 듯했다.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준비되었다고.'

내가 프로젝트 진행에 대해 제안을 받고, 그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당장의 손익 계산보다는 '설렘'의 여부다.

(중략)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 내 귓가에 들려오는 심장박동 소리는 내가 판단을 내릴 때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중략)

만일 가슴 떨리는 순간을 만났다면, 잡념과 소음을 떨치고 마음기 가는 곳으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자. 삶에서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을 가진다는 것은 행운이다.

-가슴 뛰는 삶을 찾아서 [나를 셀레게 하는가] 309-310쪽

나는 종종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후회하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조금이라도 나를 설레게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의 기준을 위해 내게 불행을 강요하는 짓은 할 수 없었다. 나는 연약한 사람이었고 조금이라도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련하고 연약한 선택이라고 자책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꽤 괜찮은 길로 왔구나 하는 작은 확신이 든다.

사실 난 아직은 저자처럼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갈 자신도 없다. 당장 다음주에 해야 할 일조차 걱정하고 있고 무슨 실수라도 할까 두려운 마음이 항상 작게 존재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누군가가 '괜찮으니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말은 언제나 위로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삶과 그녀가 건네는 말이 멋지고 위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참 멋지다. 그런데 그건 바로 이 책의 저자 유나양이 멋있어서 그런 거 같다. 극복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다 라는 멋진 선례를 만들어준 저자에게 왠지 모를 고마움을 느낀다.

정말 멋진 사람인 걸!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피어리스 #유나양 #에세이 #자기계발 #성공 #행복 #패션 #패션디자이너 #브랜딩 #펄스널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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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 의식성장을 통한 진정한 삶의 여정
알렉스 룽구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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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삶. 어렸을 때는 꿈을 이루는 삶이 의미 있는 삶이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는 농담 반 진담 반 돈이 최고야! 하면서 돈이 많은 삶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20대 중반을 지나고 경제적으로 더 여유로워졌음에도 나는 과거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못했던 거 같다.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고, 남들 받는 성과금도 받아 보고 적어도 커피 한 잔 먹던 상태에서 케이크까지 더블로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도 난 뭔가 허전함을 느꼈었다.

아마 나 같은 느낌을 받는 독자라면 이 책이 나름의 해결책을 줄 수 있을 거 같다.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왜 힘든지 그 이유를 알게 해 준달까. 책 두께는 꽤 두껍지만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가니 너무 어렵다거나 내용이 무겁다는 걱정은 하지 말 것!

일단 내가 이 책에서 놀란 점은 글쎄 이 책이 번역본이 아니란다;; 저자명이 '알렉스 룽구'라고 적혀 있어 당연히 번역본인 줄 알았는데 작가의 말에서 보면 작가가 한국어를 직접 배워서 쓴 거였다. 와우. 이게 바로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잘한다는 외국 분인 것인가!

아무튼 뻘소리는 각설하고, 이분도 참 글을 잘 쓰셔서 약간 내 문장력도 늘릴 겸 읽었는데 이해하기 쉬워서 안심이었다. 책 두께에 살짝 겁먹었었다는 건 안 비밀 ㅎㅎ

이 책은 진정한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네 단계로 요약하는데 파트당 하나를 다루고 있어서 꽤 밀도 높게 학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챕터마다 질문을 건네는데 이게 은근히 시간을 요구한다. 근데 이걸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꽤 깊이 고찰하게 만들고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래서 나도 머릿속으로 생각하기보다 단어로나마 답을 적어내려갔다. 고요한 밤에 잘 맞는 활동이었달까. 하루를 마무리할 때 함께해도 좋은 책 같다.

우리가 평소에 쉽게 지치고 '자아확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을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게 업무든 취미든 뭐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무언가로 치부해서 '+'로 나아가지 못하고 '-'와 '0'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자! 이제 플러스 삶으로 나아가 볼까요? 아뇨. 문제해결 지향적인 삶은 0이 되면 멈춥니다. 더 나아가고 싶지만 방법도 모르고 안도감에 일단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대개 "이제 좀 살 만하다"라고 말하죠. 그러곤 삶이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 사이클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39쪽

팩트폭력... 요즘 딱 내 자세라고 해야 할까ㅠㅠ 전 회사에서는 뭔가를 이룰 때마다 뿌듯함도 있고 성취하는 기분이 들었었는데, 요즘은 그냥 눈앞에 있는 일을 '처리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거 같다. 나아가는 게 아니라 나를 향해 다가오는 송곳을 피하는 데에 그쳤달까. 그러다 보니 0과 마이너스 사이에서 계속 도돌이표로 맴돌았던 거 같다.

-자기 관찰 질문

1. 나는 '반응적인 문제해결 지향형과 '주도적인 창조 지향형' 중 주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있는 그대로 반성해보세요.

->왔다갔다 한다....

2. 문제해결 지향성의 삶을 살고 있다면 내가 주로 또는 되풀이해서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이 있는가?

->업무..업무요ㅠㅠ

3. 혹시 이 순간 바로 내려놓을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있는가? 즉, 더 이상 문제로 만들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있는가?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해 불평을 멈추고 그 업무를 내가 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4. 문제해결의 삶이 아닌 창조하는 삶을 산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세요.

->나만의 기록을 계속 남기는 것.

책에 나와 있는 질문에 간단하게 답한 것이다. 퇴근 후 피곤에 찌든 상태로 펼쳤는데 오히려 머리가 맑아졌던 거 같다.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조금씩 읽어보면서 이 책이 묻는 질문에 답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두께는 두꺼울지언정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 책.

고 책이 바로 요것이니 추천~추천합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의미있는삶을위하여 #알렉스룽구 #자기계발서추천 #수오서재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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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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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평소에 맥주파로 살아온 나로서는 소주만큼 잘 먹지 않는 게 와인이었다. 그나마 소주는 말아서라도(^^;;) 먹었는데 이상하게 와인에는 별로 손이 가지 않았다. 딱히 별 이유는 없고 그냥 먹던 거 먹다 보니 그게 맥주였던 거 같다.

그런 내가 와인을 오랜만에 마시게 된 건 한 영화 때문이었다. 바로 <비포 선라이즈>인데, 두 남녀가 프랑스 한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해가 뜰 때까지 함께 여행하는 영화이다.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보고 싶어서 찜을 해 놓았는데 거한 야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를 냠냠 먹으면서 밤에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때 생각난 게 와인이었다. 이상하게 이 영화를 볼 때는 와인을 먹고 싶어서 편의점에서 뚜껑 돌려서 열면 되는 작은 와인 세 병 사서 집으로 왔다.

정말 와인과 딱이었다. 잔잔하면서도 감정이 잘 녹아든 영화에 와인이 딱 어울렸다. 아마 맥주나 소주를 마셨으면 그 느낌이 안 났을 거 같다.

그래서 그런가. 이제 마트나 코스트코 이런 데 가면 와인에 한 번씩 눈길을 주게 된다. 이 책을 보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와인 뭔가 있어 보여!'라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표지가 예뻐서, 판형이 예뻐서,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등등 나이값 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System: 이 문장을 출판사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암튼 펼쳤더니 내용이 어렵고 딱딱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편안하고 어려운 부분도 없었다. 어렵다면 와인 이름이 어려운데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거고!

이 책은 '나는 말이야~ 와인을 이만큼 알아!' 이런 책이 아니라 제목처럼 '내가 와인을 진심 너무너무 좋아합니다'라고, 소위 말하는 '덕후력'을 뿜뿜하는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사람 와인 덕후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거 같다 ㅎㅎ 무엇보다 저자가 가성비 위주로 알려 주는 게 좋았는데, 책의 설명을 빌리자면 [코로나 이후로 힘들어진 프리랜서로서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인을 소시민, 서민이라고 칭하며 세세하게 와인을 잘 고르는 법을 알려 주는데 자세도 '이 몸이 친히 너희에게 알려준다'가 아니라 '내가 이만큼 호구짓을 했으니 여러분이라도..'라는 느낌이 강하다.

알짜배기 정보들이 들어 있어서 어디가서 아는 척을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ㅎㅎ 저자분만큼 경험이 많지 않아서 선택하는 데 많이 능숙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마트에서 아예 와인 백지처럼은 안 보일 거 같다.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를 주는 책이다.

경제적인 여건이나 기타 다른 문제로 취미에 돈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본다면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는 바로 내 얘기>< 다이어리 꾸미는 취미가 있긴 하지만 나보다는 통 크신 거 같아서 보면서 왠지 모를 대리 만족감을 느꼈다.

무엇보다 이분...글 잘 쓴다...! (웹소설 피디의 직업병이 도지는 중)

저자 자체도 글을 잘 쓰시는 거 같고, 편집자 분들도 쩌시는 거 같다. 문장이 어찌나 매끄러운지. 역시 이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 카더라.

종종 가족 이야기도 나오는데 두 따님이 있으신데..귀...귀여워!

큼큼.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와인에 대해 아는 척은 하고 싶은데, 혹은 조금이라도 배우고 싶은데 너무 딱딱하고 어려운 책은 싫다 할 때 딱이다. (무엇보다 문장이 좋다니까요!)

두께도 두껍지 않고 분위기도 무겁지 않다.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의 ',' 뒤에 작가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는데 그게 이 책이 되시겠다!

저도 이 책에 무척 진심이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그럼 뿅!

#와인에몹시진심입니다만#임승수 #수오서재 #책추천 #가성비와인 #와인책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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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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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진정한 정체성은 무엇이며, 우리를 세뇌시키는 진정한 ‘납치범‘은 누구인가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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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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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이 스톡홀름 증후군을 다루었다고 했을 때는 나는 무조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세뇌 당한 거겠거니 생각했던 거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스톡홀름 증후군'이 가해자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현상이라고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만 해도 퍼트리샤 허스트가 극단주의자들에게 세뇌를 당해 무장강도 짓을 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세뇌당한 나머지 스스로 선택한 거라고 믿게 된 거 아닐까. 왜냐하면 그거 나름대로 그녀의 생존전략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내가 얼마나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진 네베바와 비올렌이 퍼트리샤 허스트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면 모을수록 나는 점점 퍼트리샤가 세뇌당한 게 아니라고, 진과 비올렌, 그리고 저자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그 시작은 바로 퍼트리샤 허스트의 녹음 기록이었다. 책에 적힌 그녀의 음성 녹음을 보면 퍼트리샤는 침착했다. 내용을 암기하거나 협박당했다고 보기에는 담담했고, 세뇌당했다고 보기에는 자신을 납치한 세력을 과장하여 포장하지도 않았다. 물론 나는 그저 글로만 보는 것이지만 퍼트리샤를 세뇌당한 납치 피해자가 아닌 그저 그녀 자체로 보기 시작했던 거 같다.

어쩌면 그녀의 말 일부에는 조금 공감을 했던 거 같다. 퍼트리샤를 진심으로 구하고 싶어하는 대신 그녀 몸값을 흥정하고, 가난한 자들에게 음식 좀 주라는 그녀와 SLA의 요청에 꼼수를 부리는 부모님. 진심으로 그녀의 동화를 이해하기보다 그녀가 새로이 속한 집단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퍼트리샤를 그저 극단적인 사상에 홀린 나약한 사람 취급하는 조국.

퍼트리샤 허스트가 SLA이 부여한 새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내세운 건 그녀가 평생토록 습득했던 조신하고, 안전한 울타리에 둘러싸여, 사회와 가족이 원하는 얌전한 여성상을 연기하는 걸 포기하겠다는 의미였다. 아마 1975년 당시 그녀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었던 건 아마 이런 이유에서였지 않았을까.


엄마 온 나라 사람들이 SLA에게 저를 풀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군요. 그렇지만 저를 힘들게 하는 건 SLA가 아니에요. FBI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엄마, 아빠의 무관심이 저를 힘들게 하는 거라고요.

-119쪽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퍼트리샤는 '타니아 허스트'로서 말할 수 있을 때, 자신이 하고픈 말을 전달한 거 같다. 재판장 에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떠는 퍼트리샤를 보고 저자가 '그 밑에 타니아 허스트의 무덤이 있었다'라는 뉘앙스로 얘기한 걸 보면, 저자의 말마따나 그녀의 나라와 부모는 그녀의 진정한 정체성을 죽여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세뇌란 뭘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퍼트리샤 허스트가 나약해서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린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 이상, 나는 그녀를 세뇌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쁜 일상 생활 속, 역자의 말대로 전개 방식이 어려워 바로바로 이해하기 힘든 책이었지만 이상하게 꼭 끝까지 읽고 싶은 책이었다. 사소한 호기심에 펼친 책이었지만 나에게 많은 물음을 준 책이었다.

얼마나 많은 퍼트리샤 허스트가 진정한 정체성 '타니아'를 잃고 있는지 곱씹으며.

#장르소설 #17일 #책추천 #스톡홀름증후군 #세뇌 #선택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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