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 읽기 좋은 날 - 그날, 그 詩가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1년 12월
평점 :
페친 경민 샘의 《시 읽기 좋은 날》(쌤앤파커스)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여름방학 전에 샀는데도 아직 다 못 읽었다.(샘 미안^^) 사실은 읽다가 두 구절에서 멈췄고, 다시 처음부터 읽고 있다. 그 구절은 나희덕의 시 〈어린 것〉에서 한 구절과 경민 샘이 말한 구절이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
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
젖이 차올라 겨드랑이까지 찡해 오면
지금쯤 내 어린 것은
얼마나 젖이 그리울까
-나희덕, 〈어린 것〉 부분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이 느낌을 느껴 보고 싶어, 알고 싶어 겨드랑이 쪽으로 모든 것을 모아봤다. 겨드랑이 아래가 묵직할 때까지. 하지만 아무리 해도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것....
경민 샘은 첫애를 낳았을 때, 그때 그 순간을 이렇게 말한다.
“열두 시간이 넘는 진통 끝에 이러다 온몸이 깨져 나가는 건 아닐까 겁이 덜컥 나던 그때,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말 그대로 핏덩이가 내 품에 안겨졌다. 갓 태어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아기는 몸을 꼼지락거리더니 입을 오물거려 내 젖을 물었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 느낌에 난 그때까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고야 말았다.”(46쪽)
“젖이 차올라 겨드랑이까지 찡해” 오는, 그 저릿저릿한 아픔과 설렘을 모르기에 나희덕의 시 〈어린 것〉을 온전히 알 수 없고, 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기에게, 입을 오물거리는 아기에게 젖을 물려보지 못했기에,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것. 아무리 그 느낌을 느껴 보려 해도 느낄 수 없는 것...
샘의 위 구절을 읽었을 때, 어머니가 생각났고, 아내가 생각났고, 우리 두 딸이 떠올랐고, 세상에 막 나왔을 내가 떠올라, 세상에 태어나 처음 먹었던 어머니 젖맛이 간절해 더는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밖에 나가 담배 하나 굵게 피고 들어왔다. (그뒤로 시간이 흘렀고...) 오늘 다시 샘의 책을 처음부터 읽고 있다.
#김경민
#시읽기좋은날_가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