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게 소년시절의 싱클레어의 삶을 따라가다 중반부 <야곱의 싸움>을 넘어서면서부터 난해해졌다.
이야기가 막을 내린 후 묵직해진 머리를 가다듬으며 싱클레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그의 소년시절부터 청년기까지의 고뇌와 방황을 음미해보았다.
싱클레어는 빈부의 차이가 교육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는 시대에 부유층 자녀로서 안정적인 교육을 받고 자라지만, 한 순간 실언으로 평민층 아이에게 고삐가 묶여 노예가 된 기분으로 암울하게 소년시절을 보낸다.
밝고 안정적인 세계와 어둡고 불안정한 세계의 공존을 한 시기에 경험하며 가족에게도 말 못한 채 침울하게 살아가던 그 시기, 데미안을 만나면서 구속에서 벗어나 영혼의 자유를 얻는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표정과 행동에서 동급생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신적 위엄을 느끼고,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해 들려 주는 데미안을 통해 단편적이고 전통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이면을 보는 능력에 감화된다.
데미안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면서도 한편 열패감 같은 게 작용해 한동안 데미안을 잊은 채 살아가기도 하지만 끝내 그를 다시 찾게 될만큼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이상적 자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