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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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상처를 딛고 날아오르는 새들의 날개짓!

 

집에 한 권 한 권 모아들인 바나나의 책들을 펼쳐보니 2007년에서 2009년까지 집중홀릭했더랬다.

사회초년생이자 솔로였던, 그래서 자유로웠던 한 시절!

그 시절을 함께한 바나나의 책을 결혼과 동시에 딱 잊고살았다.

그리고 10년도 넘은 장구한 세월 뒤에 다시 만나게 된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 <새들>

어찌 반갑지 않으랴!

 


오래전 홀릭했던 바나나의 책들 스토리는 모두 흐릿해졌지만,

신기하게도 <새들> 페이지를 한 두장 넘기자 잊고지냈던 바나나 소설 특유의 신비롭고 기묘한 분위기는 되살아났다.

처연하게 내리깔리는 쓸쓸한 분위기, 자연과 생물에 고유하게 깃든 신비로운 기운!

낯설지 않은 그 분위기가 반가워서 푹 빠져든 채 읽어나갔다.

<새들>은 너무 어린 시절 같은 시련을 겪은 마코와 사가의 이야기다.

10대가 되어갈 무렵 그들 곁을 떠난 부모로 인해 마코와 사가는 서로를 끌어안 듯 외로움을 끌어안고 산다.

한 시기에 같은 상처를 겪은 그들은 자라면서 몸은 떨어져 지내도 마음은 자석처럼 붙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그래서 타인을 받아들일 여유와 공간이 없다.

빼도 박도 못한 인연으로 묶여 조금씩 가까워지며 마음을 쓰게되는 만남이 낯설기만 한 그들이다.

때론 서로를 향한 강박이 두렵기도 하지만 서로를 자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서로 성인의 삶으로 진입하는 과도기에서 각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하지만, 항상 무언가가 목마르다.

특히 여자인 마코는 자신과 사가를 이어주고 있는 끈이 언젠가는 끊어질까봐 두려워 자신의 일보다는 그와의 결혼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부모의 죽음에 대한 악몽으로 힘겨워한다.

사가는 그런 마코가 안타까우면서도 의젓하고 묵직하게 마코의 곁을 지킨다.

 


그들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되던 차에, 이야기는 그들 곁의 '의미있는 타인'의 존재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과거의 불안한 환영 속에 묶여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던 마코가 그동안과는 다른 꿈을 꾸는 장면에서는 애처로운 감정이 고조돼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소설을 읽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인가!

감정의 동요를 넘어선 공명!

"정말로 애썼구나. 정말 잘 살아왔어. 현재도 미래도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하며 연신 소설 속 마코에게 말을 건냈다.

작품 초반부엔 어린 자녀를 두고 삶을 저버린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감당할 수 없었던 삶의 고단함과 그들의 유약함을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각자 자신만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가는 게 삶이므로.....

너무 일찍 크나큰 상실을 겪어 외롭고 힘든 마코와 사가였지만,

하늘을 나는 새들처럼 날개짓을 멈추지 않는다면 미래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더 자유롭게, 행복하게 날개짓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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