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은 주요 등장인물이 소개되고 주요 사건인 아버지와 첫째 드미트리의 갈등이 전개되고,
2권은 갈등의 양상이 심화되어 급기야 아버지가 살해된 후 법정 공방을 벌이는 과정이 첨예하게 그려진다.
정말 신기했던 것은 주요 사건이 펼쳐진 기간이 따지고 보면 3일에 불과한 데 작가가 그 기간 각 인물들의 서사를 엄청난 양으로 핍진하게 서술했다는 것이다.
치밀하게 사유하고 통찰하고 구상하지 않고서는 그 방대한 분량을 창조해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작가를 향한 경외심이 고양됐다.
그리고 2권에서는 1권에서 보여진 인물들의 다면적인 특성이 부각된다.
아버지의 외양적인 행동을 그대로 닮은 듯 방탕하고 충동적인 모습으로 얄밉고 한심하게 느껴졌던 드미트리에게서 어린시절 선한 천성과 양심에 자책하는 모습들이 부각되면서 인간적으로 느껴지고 연민이 일었다.
무신론자로서 냉철한 이성으로 자긍심 넘치고 고결한 삶을 사는 듯 했던 이반이 섬망장애를 얻어 자신의 정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는 부분에서는 그의 고독한 내면이 더욱 부각되어 안타까웠다.
온화한 성정으로 모든 사람에게 선한 사랑을 베푼 알렉세이는 두 형의 절망적인 결과 앞에서 둘을 위해 기도하며 따뜻한 형제애를 거두지 않고, 마을에서 벌어지는 타인의 고통에도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을 쏟는다.
인류 보편적인 사랑의 실천을 강조했던 조시마 장로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대지에 대한 입맞춤'을 실천한 것이다.
알렉세이로 인해 극과 극의 성격으로 조화되지 않을 것 같았던 드미트리와 이반도 작품 말미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형제애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