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란 작품은 '태양은 외톨이', '신이시여 헬프', '오 마이 브라더' 세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으로, 각각의 이야기는 주인공 하나미를 매개로 연관된 인물들의 가족이야기다.
'태양은 외톨이'의 주인공 하나미는 가난하고 누추하지만 다정한 엄마로 인해 밝고 긍정적인 삶을 산다.
반면 하나미의 친구 사치코는 부잣집에서 풍족한 삶을 살지만 단절된 가족관계로 인해 마음 누일 곳이 없음을 피력한다.
어느날 그동안 죽은 줄로만 알았던 하나미의 외할머니가 나타나 베일에 쌓였던 하나미 엄마의 상처가 드러나고 소설은 점점 더 가족내의 관계로 파고든다.
엄마가 어린시절 겪었던 상처를 얘기하는 장면에서 어린아이가 느꼈을 공포와 슬픔, 절망이 느껴져 눈물이 차올랐다.
수많은 괴로운 기억들 속에서도 좋았던 한가지 기억 때문에 더 괴로웠다는 말이 너무도 절절하게 와닿았다.
그 기억 하나로 그래도 자신의 엄마를 아주 외면하지는 않았던 것이리라.
부모의 '자격'이라고 운운하면 뭔가 너무 교조적이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부모에게 바라는 덕목이 있다.
바로 자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물질적 풍요로움은 부족했지만 하나미가 밝고 명랑할 수 있었던 건 하나미의 엄마가 자신에게 결핍되었던 그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베풀었기 때문이리라.
'신이시여 헬프'는 하나미의 초등학교 남자 친구 미카미의 이야기다.
자기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가족의 권유로 미션스쿨에 진학한 미카미는 그 안에서 자기 삶을 찾겠다며 과도하게 신앙에 몰입한다.
가족, 친구 또는 애정관계 모두를 신앙생활의 저해요소로 판단하고 그 모든 관계를 단절하며 신앙생활에 올인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강박이 과도하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인데 지나치게 관계에 벗어나서 자기 삶을 살고자 하는 미카미가 안타까웠다.
'신부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태도지요"라고 말해준 선배의 말이 미카미에게 필요해보인다.
'오 마이 브라더'는 하나미의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하나미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던 기도선생님의 이야기다.
기도 선생님은 어린시절 돈독한 형제애를 유지했던 친형이 어느 날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진 형의 존재로 인해 물질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인적, 정신적인 세계에 심취했다.
소중한 존재에 대한 상실을 믿음으로 승화시켜나가는 부분이 처연하게 와닿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