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기꺼이 감당하는 책임감의 무게가 너무도 가혹하게 느껴져서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모두가 눈이 먼 상태에 혼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희생과 책임감을 요구하는 지 그녀를 통해 실감했다.
소설을 읽는 초반에 실명의 원인이 무엇일까에 골몰하기도 했는데,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실명' 자체가 주는 의미에 가닿을 수 있었다.
눈먼자들이 하나둘씩 시력을 회복해 갈때 그녀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볼 수는 있지만 눈먼 사람들이라고.....(p.463)
눈을 뜨고 있지만 나누고 베풀고 사랑하며 주변을 살피지 않는다면
눈뜨고 있어도 장님일 뿐이라고 역설적으로 경고한다.
극한 상황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악한 본성을 드려다보며 소스라치게 놀라고 절망하기도 했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끝까지 고통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견지해야할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