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항쟁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자 이어서 전두환을 주축으로 신군부정권이 들어선 후
1980년 광주에서는 잊을 수 없는 잔혹한 학살사태가 발생한다.
당시 독재를 규탄하는 두 거목의 정치지도자 김영삼과 김대중이 분열되지 않고 뜻을 합쳤다면 신군부의 망령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회고하는 저자의 말에 가슴을 쓸었다.
돌이킬 수 없는 가슴아픈 역사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상처를 남긴다.
5.18 광주민주화항쟁 이후 정치인, 학생 모두 독재에 저항하는 운동을 전개한다.
7년의 시간이 흐른 후 많은 사람의 희생 끝에 1987년 새 헌법이 만들어지고, 1987년은 민주화 원년으로 기록된다.
이 책을 통해 가장 놀라운 인식의 변화가 있었던 점은 김영삼 대통령을 보는 시각이었다.
내 기억 속 김영삼 대통령은 IMF 국가부도사태를 초래한 대통령으로 각인돼 실패한 대통령이란 이미지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가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과정,
대통령이 된 후 단호하고 엄정하게 독재의 잔재를 청산한 일,
금융실명제, 공직자 재산 공개 등 부패없는 깨끗한 정치 기틀을 마련한 점은
거룩하고 원대한 업적으로 가슴에 새겨졌다.
뒤 이은 김대중 정부의 외환위기 극복 및 남북한 평화관계를 위한 햇볕정책 추진,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 및 공기업 지방 이전 등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주요 업적으로 남았다.
하지만 좋은 정부였음에도 지역주의정치, 경제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어
계파정치, 사회 불평등을 야기하였다.
실용주의 노선을 주장했던 이명박 정부 역시 고환율 정책으로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펴고
4대강 사업 추진으로 막대한 예산을 토목공사에 치중하는 등
사회불평등이라는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어떠한가!
세월호 참사, 국정농단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이라는 거꾸로 회귀하는 역사의 과오를 남겼다.
그리고 현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 부분이 지극히 협소한 점은 못내 아쉬웠는데,
아직 끝을 맺지 못한 정부에 대한 거시적 평가를 내리는 게 무리였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고통을 희망으로 바꾸는 일이다.
각 시대의 고통을 직시함으로써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