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느날 쇼타에게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
곤도라를 타고 고층 타워맨션 청소를 하던 중 눈이 마주친 유리창 너머의 노부인이
립스틱으로 유리창에 3706 호수를 적어 메시지를 건낸 것!
쇼타는 퇴근 후 무작정 맨션으로 향한다.
현실성이 떨어져보이는 만남이지만 50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쇼타와 노부인의 특별한 관계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시작된다.
노부인의 집은 검은 커튼이 창을 가리고 있어 어둡고 빈 상자만
노부인은 쇼타에게 고액의 돈을 주며 고층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쇼타가 일년 내내 일을 해도 벌 수 없는 고액의 돈을 주면서.....
쇼타가 유리창을 닦으며 창 안쪽에 있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고독하다면,
노부인은 부족함 없는 경제력으로 고급 타워맨션에 거주하지만 죽고 없는 남편, 왕래가 뜸한 자녀로 인해 그 안에 갇혀 고독해보인다.
노부인은 만날때마다 인생의 선배같은 의미있는 말들을 남긴다.
온갖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해요.
언제든 철회할 준비가 되어 있는 편견은 나쁜 게 아니에요.
아무 예단 없이 사물을 본다는 건 힘든 일이지요.
도리어 색안경이 있으니까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날 수가 있는 게 아닐까요?
(p.93-94)
여자의 성공이 슬퍼보이지 않는 시대가 오면 좋겠네.
(p.112)
쇼타는 카메라로 사람들을 촬영하는 것을 들켜 더이상 사진을 찍어올 수 없게 되어 다른 방식으로 노인에게 선물을 한다.
늘 어두웠던 노부인의 집에 조명을 달아주어 집을 밝혀주고,
유리창을 까맣게 가린 검은 커튼을 걷어 안쪽 유리창을 깨끗하게 닦아준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찾은 노부인의 집에 더이상 노부인이 살지 않는다.
더이상 노부인을 만날 수 없게 됐지만 쇼타는 노부인과의 교감을 통해 거리두었던 세상에 한걸음 발을 내딛는다.
거리두었던 엄마에게도 다시 다가가고, 동료에게 노부인과 주고받았던 말을 전한다.
지구가 둥근 건 어째서인지 알아요?
우리가 너무 멀리 보지 않게 하려고 그런 거래요.
멀리까지 보고 싶으면 직접 어딘가로 갈 수 밖에 없단 얘기네.
(p.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