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지구 - 다가오는 인구 감소의 충격
대럴 브리커.존 이빗슨 지음, 김병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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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텅 빈 지구에 가득 찬 희망을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 인류로 인해 우리 자신을 파멸의 길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식량전쟁, 해결할 수 없는 절대 빈곤, 환경파괴 등등 77억의 인구가 앞으로도 더 늘어난다면 각종 위기가 닥쳐, 인류의 종말이 올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구포화로 고통을 호소하던 사람들이 어느 샌가 텅 빈 마을과 학교를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인구 위기는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인구가 부족한 나라들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 많았던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니! 이제야 좀 넉넉히 살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환영해야 할 일이 아닌가?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핫플레이스에 몰려든 사람들에 치여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던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구감소는 여유가 아니라 재앙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더 크다. 세대 분포의 시간차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우리는 좀 더 여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 끼리 더 치열하게 양로원이나 병원 침상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될 공산이 크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아이들, 청년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의료 기술의 발전과 각종 연금, 복지 혜택으로 노년층의 생존 기간은 늘어나고 있는 한편, 뒤를 이어 일을 하고 소득을 만들어낼 수 있는 노동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사회를 거대한 항아리로 본다면, 흘러들어오는 물보다 빠져나가는 물이 더 많은, 그래서 항아리의 제 기능이 불가능할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 그리고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경제 침체와 불경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들의 부족은 국가 경제에 치명적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젊은 인구의 감소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시도 중인 각종 돌봄정책과 육아 휴직 그리고 아동수당이면 될까? 이러한 복지정책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긍정적인 영향은 최소한에 그친다. 정책에 소모되는 재정과 인력 시간은 막대하지만, 그 영향은 미비하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젊은 세대를 위한 복지정책을 위해 다시 젊은 세대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는,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다. [텅빈지구]의 저자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매우 직관적이고 탁월하다. 우리에게 너무 뜨거운 물과 너무 차가운 물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두 물을 고루 섞어서 적당한 온도를 맞추면 될 것이다. 이를 인구 문제로 가져온다면, 인구 부족을 호소하는 국가의 유일한 생존 전략은 더 많은 인구가 자국으로 이민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된다.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만을 고수하는 민족주의 국가는 근 미래에 자연스레 파멸을 맞게 될 것이다. 새로운 도전과 혁신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공론장이 필수적이다. 또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는 동력은 젊은 사람들 간의 협업에 달렸다. 오늘날 세계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아이콘 기업들을 보라. MS, Apple, Amazon, You Tube, Netflix 등등의 공룡 IT 기업들은 Garage에서 마음껏 아이디어를 내고 또 공작해보는 젊은이들에게서 탄생했다. 과거의 영광에 매달려 낯선 것을 거부하고 근엄하게 민족의 단결을 외치는 민족주의 집단으로 남으려 한다면, 그들이 그토록 멸시하던 ^잡종^들에게 뒤처지는 운명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다문화 사회는 윤리의 영역일 뿐만 아니라 핵심적인 경제 정책으로 다뤄져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다름 아닌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 민족주의와 파시즘이 판치는 곳에서 힘겨운 이민생활을 견디려 할 외부인은 없다. 확고한 다문화주의 기반이 없는 것으로의 이민이란 불가능할뿐더러, 일어나선 안 되는 비극이다. 따라서 우리는 점점 늘어나는 노년층에게 막대한 복지와 의료재정이 소모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생존을 위해 교육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교육이야 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미봉책보다 훨씬 확실하고 진정성 있는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여러 교육 중에서도 자기중심적-민족주의적 사고방식을 뛰어넘어 공동체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문화다양성 교육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 대로, 점점 줄어드는 아동청소년이란 악조건을 유의미한 교육의 기회로 삼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교사 1인당 맡는 학생 수를 줄여 교사와 학생 간 깊이 있는 의사소통을 나누고, 모든 학생들이 역할을 맡아 참여하는 체험활동을 통해 문화다양성과 공동체성을 체화하는 것이다. 또한 교사-학생, 그리고 학생-학생 간 인간적인 상호작용의 경험을 쌓음으로써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 혐오, 구분 짓기 정서를 극복한 새로운 세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자기재생산의 도구가 아니다. 내 다음 세대를 살아가는 모습이 훨씬 진보하고 희망에 차 있다면, 인간은 자연스레 자손을 남기고 싶어 한다. 행복의 선순환이다. 가장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인 인구문제를 교육으로 다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인류는 한때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질 뻔했다.

이민은 경제를 더 확대시키면서 원주민을 평균적으로 더 잘 살게 한다. - P202

이민자들은 소비를 진작시키고 더 이상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받는 서비스의 재원이 되는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다. 이민은 이민자와 원주민 모두에게 이익을 안겨 준다. - P203

지금으로서는 인구 감소 직전에 있는 나라가 그것을 막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민자 유입에 달려 있다. - P205

어떤 종류의 다양성이든 그러한 모자이크는 민족주의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성공적이고 탄력적인 구조다. 사회를 보존하면서 동시에 재생시키려고 할 때, 민족주의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295

확고한 다문화주의 기풍이 없는 이민은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방안이다. - P313

다문화주의가 빠진 이민은 배타와 빈민화, 주변화, 폭력 그리고 궁극적으로 최악의 운명을 위한 방법이다. 그런 이민은 한 사회 내에서 서로 다른 집단이 공간을 비롯해 여러 가지 가정과 가치들을 공유하지 못하는 ‘광장의 붕괴‘를 초래할 뿐이다. ... 이민의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양쪽 다 적응해야 한다. 양쪽 다 내놓아야 한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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