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가 떠난 지 벌써 4년이 되어간다. 내가 그를 만나게 된 처음은 그의 노래를 통해서였다. 내가 그와 가까워진 것은 그의 라디오를 통해, 그리고 우연찮게 그의 작업실과 같은 동네에 사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마주치게 되어 밥 한 끼 얻어먹은 사건을 통해서였다. 그런 그와 헤어지게 된 것은 어느 일상 속에 벌어진 갑작스런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두문불출하며 그의 음악과, 띄엄띄엄 녹음해둔 라디오 음성들을 다시 들어보는 것으로 현실을 부정했다. 그의 장례식 마지막 날에야 빈소를 찾아 꽃 한 송이 놓아두고 돌아오는 길에는 분노보다는 슬픔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과연 나는 그와 8년간 함께 하면서 그에 대해 자세히 알고는 있었는가? 그가 농담 삼아 몸에서 흑사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할 때, 왜 웃고 넘겨버렸을까? 그의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후 여러 해 동안 그를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그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신해철의 사후, 그의 음악인생을 재조명하며 그를 기리는 많은 글과 영상들이 나왔다. 그러나 신해철의 팬임을 자처하는 우리들은 그의 사후 방송에서 정리하여 내보내 주는 디스코그라피 정도는 꿰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신선한 것들, 즉 신해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그와 실제로 작업을 같이 했던 사람의 이야기 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와 오랜 기간 작업했던 강헌 선생의 이야기는 굉장히 소중하다.

 

먼저 평론가로서, 한국 대중음악사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진 그가,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본 분석가의 눈으로 기술하는 신해철의 존재는 팬과 가수로서의 내러티브를 벗어나 역사적 존재로서의 신해철로 떠나보낼 수 있게 해준다. 신해철 한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그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가 몸담았던 당시 한국 사회 음악계 전체의 흐름에서 그가 어떤 위치를 차지했고, 어떤 의미를 지닌 사람이었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바로 그런 어려운 작업을 업계 전문가이자 신해철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병인 저자 강헌이 우리에게 자세히 풀어준다.

또한, 신해철의 가장 친한 지인 중 한 사람으로서, 또 음악 동료로서 저자 강헌은 신해철 음악의 리스너라는 차원에서는 미처 눈여겨보지 못한 의도와 구성 그리고 그 곡이 담고 있는 야사까지 풀어내준다. 그의 라디오에서 함께 식구로 통했던 우리는 잘 알 것이다. 저자가 신해철의 곡에 대해 해설하고 또 서술하는 방식이, 고스트스테이션에서 아티스트 특집 방송을 하던 서사와 정확히 똑같다는 것을 말이다.

 

여태까지 나왔던 가수 신해철에 대한 객관적인 기술은 엄정하고 일반화 할 수 있는 정제된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삶의 내밀한 주변부들을 모두 쳐내고 정제한 객관적 이야기가 아니라, 엉성하고 투박할지언정 그에 대한 주관적인 이야기, 사람 이야기를 그리워한다. 그 이야기가 자신의 소중한 것, 또는 소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경우에는 특히 그런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숨겨진 아티스트 신해철의 지표들을 눈물을 머금으며 이야기한다. 엄숙하기 보다는 떠들고 노는, ‘장례잔치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하늘에서 이 책을 본다면 역시 강형이야 라면서 폭소를 터뜨려줄 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