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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1
조윤주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전생을 소재로 한 소설 '추'는 다른 전생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제목처럼 쫓고 쫓기는 사랑을 주제로 시공을 넘나드는 애절한 사랑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여주 설린은 오래 알고 지낸 오빠같은 남자 우석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붉은 눈의 아주 거대한 백사와 마주치게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것도 한 겨울에 말입니다. 정신을 놓은 설린이 일어난 곳은 자신의 방. 결국 그 섬뜩했던 경험을 꿈으로 치부합니다.
그것은 전초전에 불과했습니다. 그녀에게는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신비로운 일들과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연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설린은 한 미술관에서 열리는 유물 전시회를 가게 됩니다. 그 곳에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수수께끼같은 남자 하린을 만나게 됩니다. 전시되고 있는 유물들의 주인인 하린으로 부터 설명을 들으며 그녀는 신비로운 환영들을 보게 되고 애써 별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하지만 결국 정신을 잃게 됩니다. 쓰러진 자신을 도와준 하린과의 인연이 그렇게 시작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인연은 이미 아주 오래 전 부터 이어져 온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짧은 시간에 설린이 하린을 사랑하게 되버렸는지도.
하린이 정신을 잃은 자신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연이은 만남을 가지게 된 두 사람은 비록 만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연인이 됩니다. 설린을 향한 하린의 솔직함이, 하린을 향한 설린의 알수 없는 감정들의 두 사람의 관계를 더 가까워지게 만듭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린에 대한 설린의 마음이 더 깊어지는 만큼 설린의 주위에서 신비스러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아주 중대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믿을 수 없는 그런 일들이. 한 여자를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오랜 시간을 홀로 견뎌온 한 남자의 사랑이 만들어 낸.
오래 전부터 설린을 좋아했지만 고백을 못 해왔던 우석은 갑작스레 나타난 연적 하린이 위험한 사람임을 직감합니다. 그런 하린으로부터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느낀 이후로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두 사람을 갈라 놓으려고 합니다. 누나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설린의 동생 기현 또한 친분이 있는 우석의 말에 반신반의하다가 하린으로부터 접 겪고서는 그로부터 설린을 떼어 놓으려고 합니다.
하린과 설린이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사랑을 키워갈 수록 우석과 기현은 두 사람을 떼어 놓고자 합니다. 결국, 한 때 설린이 무병 비슷한 현상에 시달렸을 때 도움을 준 영험한 무당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됩니다.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 설린이 오랫동안 시달려오며 악몽이라고 치부했던 꿈들은 바로 그녀의 전생이었습니다.
하린은 미술관에 전시된 그 유물과 함께 하던 시대의 하르샤라는 남자로 죽은 자신의 연인 메라를 다시 만나기 위해 슈키라라는 뱀신에게 계약을 맺고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버리고 그 오랜 시간을 견뎌왔던 것입니다. 그 전생의 연인 메라는 당연히 설린 그녀였습니다. 자신을 향한 하린의, 하르샤의 강렬하고 애절한 사랑을 깨달은 설린이지만 때는 늦었습니다. 이미, 하린의 손을 놓아버린 설린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하린.
설린은 결심합니다. 하린이 지난 시간을 쫓아왔다면 이번은 자신이 쫓아가겠다고.
기현과 우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슈키라의 힘을 빌려 하르샤가 살았던 전생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설린의, 메라로서의 삶이 시작됩니다. 꿈 속에서만 봐 왔던 자신의 전생. 그 때와 변한 것이 있다면 메라이지만 메라가 아닌 자신, 자신을 사랑한 것 뿐만 아니라 만난 것 또한 기억하지 못하는 하르샤. 이젠 하르샤가 아닌 설린이 자신의 사랑을 쫓게 됩니다.
설린을 기억하지 못하는 하르샤와의 재회는 그녀에게 힘들기만 합니다.
사랑의 감정이 아닌 분노로 불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드러웠던 하린이 아닌 하르샤에게 상처받는 것이 힘들지만 견뎌내는 설린. 그리고 신녀인 메라를 향한 심장의 알 수 없는 반응에 당황하지만 한낱 금기에 대한 욕정과 유혹이라고 치부하는 하르샤. 설린의 전생이자 메라와 하르샤의 이렇게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숨겨진 왕 하랄, 하르샤와 대신녀의 후계자 메라. 그리고 하르샤와 계약으로 맺어진 정비 자야, 자야를 사랑하는 류마, 대신녀와 대신관, 이 모든 것에서 빠질 수 없는 뱀신 슈키라. 이 모든 등장인물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들을 통해 밝혀지는 사실들. 쫓고 쫓기는 애절한 사랑과 돌아보지 않는 사랑에 대한 집착, 자신들의 힘을 키우기 위해 계획된 야욕들. 하지만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태양의 아들 하르샤와 달의 연인 메라는 이루어지게 됩니다. 안타까웠던 전생과 달리, 제국의 가장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애절하면서도 강렬한 프롤로그에서부터 흥미를 끄는 '추'는 읽는 내내 반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허를 찌르는 예상할 수도 없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쏟아지면서 긴장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자칫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뱀을 꽤 비중있게 다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뱀을 토템으로 한 제국을 다루고 그 뱀신 슈키라를 다루다 보니 이 소설에서 뱀은 빠질 수 없는 소재이지만 혐오동물인 뱀을 소재로 글을 만들어 낸 작가의 과감한 도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요소때문에 취향을 많이 타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영물로 알려진 뱀인만큼 글에 힘을 더했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기 위해 슈키라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연인을 찾아헤맸던 하르샤와 뒤늦게 자신이 연인을 배신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연인을 찾아 과거로 향하는 설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슈키라의 힘을 빌렸지만 운명에 굴복하지도 그렇다고 신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지도 않았던 하르샤와 메라.
두 사람의 진취적이고 용기있는 마음이 전생을 바꿔 놓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신선하고 재미있었던 소설이지만 너무 복잡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현재와 전생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조금 벅찼는데 계속해서 밝혀지는 사실들과 반전들을 따라 갈 수 없어 몰입이 흐트러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전생인 메라로 돌아간 설린의 감정 변화도 일관성이 없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르샤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할 것 같다가도 자신에게 매몰찬 하르샤와 자야가 그의 정비라는 것을 알고 포기하려고 하다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하르샤에게 다시금 돌아가는 모습들에서는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보니 복잡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신선한 소재와 그러한 소재로 글을 재밌게 엮어가려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였던 소설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