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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부에게
수니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결혼식 다음날 사라진 신부, 그 후 6년만의 재회를 통해 어긋났던 관계를 바로 잡아가는 한 부분의 이야기를 그려낸 '나의 신부에게'.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한꺼번에 여의게 된 인혜는 숙부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기고 타국에서 생활해야만 했습니다. 한 그룹의 최대주주이자 상속녀이지만 부모님이 남겨준 모든 것이 허울같고 무겁기만 한 그녀는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마음 터 놓을 사람도 의지할 사람도 없이 고국을 떠나 살며, 안팎으로 재기 바쁜 친적들의 가식적인 모습에 상처받아야만 했던 인혜, 그런 그녀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함께 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인혜네 그룹의 창립기념일 파티에서 열여덟 숙녀가 된 인혜를 만나게 된 선재는 조용한 듯 하지만 여전히 밝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스치듯 만났던 그녀의 어릴 적 천진난만함을 떠올립니다. 자신의 약혼녀 유리와의 키스를 보며 놀란, 파티 속에서 걷도는 인혜를 쫓아가 그녀의 말벗이자 비록 서로의 발을 부지기수로 밟긴 했지만 댄스파트너가 되어 주는 선재. 그렇게 두 사람은 가까워지게 되고, 같은 뉴욕 하늘 아래 생활하고 있는 덕에 오빠와 동생 혹은 친구같이 지내며 서로의 외로움을 덜어줍니다.
그 후 2년, 선재와 함께 한 추억이 늘어난 만큼 함께 한 시간이 많은 만큼 어느 새 그에 대한 마음도 깊어진 인혜의 가슴앓이가 시작됩니다. 종종 뉴욕으로 오는 선재의 약혼녀 유리에게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인혜. 그녀가 선재를 욕심내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선재 부모님의 죽음과 자신의 숙부에 의해 휘청거리는 선재의 회사, 그리고 뒤이어 목격한 유리의 배신. 선재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더 깊이 나아가서 이렇게라도 선재의 아내가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숙부와의 거래를 통해 선재의 회사를 구하고 결혼에 이르는 그녀지만, 선재로부터 미움을 받게 됩니다. 자신을 거부하는 선재의 모습에 상처받은 인혜는 결혼식 다음날 유리의 계략에 의해 선재를 오해하고 두 사람에 대한 죄책감으로 모든 것을 두고 떠나 버립니다.
자신을 좋아한다고는 생각도 못했던 인혜의 마음에 당황하고 돈으로 자신을 묶어 두려는 것만 같아 배신감을 느끼고 인혜에게 모질 게 구는 선재지만 실상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인혜의 도움을 빌어 회사를 회생시켜야 하는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분을 인혜에 대한 원망으로 표출했던 것입니다. 편지만을 달랑 남기고 증발한 인혜를 끊임없이 찾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은 짚어볼 생각도 못했던 선재는 인혜와의 6년만의 재회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이미 끝난 사이라고 거절하는 인혜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끝없이 노력합니다. 그렇게 과오를 바로 잡고 변한 인혜와 인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세상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선재와 다시 상처받을까봐 두려워했던 인혜가 용기를 냄으로써 두 사람의 사랑이 제대로 꽃을 피웁니다.
전체적인 스토리와 매끄러운 흐름으로 책을 재밌게 읽기도 했고 주인공들의 감정에 몰입해 읽기도 했던 '나의 신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인혜가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하기도 했고,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 보지 못한 채 유리의 배신을 알면서도 보상이라는 미명 아래 유리를 곁에 둬 인혜의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유리의 집착을 더 증폭시킨 선재의 우유부단함에 질타를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추악한 집착을 하는 유리의 극단적인 모습에 그녀를 원망하기도 했고 그녀가 죗값을 받기를 바랐습니다. 후반부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는 나름대로 따뜻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하지만 로맨스소설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소재와 설정에, 책을 읽는 동안은 재미있었지만 다 읽은 후의 느낌은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님의 노력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인혜와 선재, 두 사람의 사랑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다룬 것에 있어서는 그래도 작가님이 많은 것을 담아 보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의도는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진부한 설정이라는 뼈대에서 표현하려고 해서 그런지 오히려 그러한 매력이 반감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펼쳐 놓은 것에 비해서 인혜와 선재에 의해 너무 급하게 마무리 지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작가님께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그 따뜻함으로 결말을 지으려고 한 의도는 좋았지만 다음 글에서는 전작에서의 구태의연한 틀에서 벗어난 신선한 변화를 엿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