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록 산책 - 걷다 보면 모레쯤의 나는 괜찮을 테니까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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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감정이다. '출근하기 싫다.', '일하기 싫다.' 그러나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도 계속 짜증이 나는 건 마찬가지다. 출근하면 해야 할 일이 뭐더라. 이번에 진행 중인 일은 기한이 언제까지였는데 얼마나 진전됐지?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머릿속은 어지럽게 잡념만이 떠돈다. 세상 살이가 나만 이렇게 힘들까?


'그럴수록 산책'에서 도대체 작가는 말한다.

저는 태어나서 살아야 하는 게 딱히 좋지만은 않은 사람입니다. 대체로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곤란한 일들을 겪어야 하는 게 삶 같았죠.

(중략)

하지만 노을이 지고 달과 별이 뜨고 또 어느 날에 무지개가 뜨고 함박눈이 내리거나 하면, 세상이 참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감탄하다가, 태어났으니 눈도 맞아보고 별도 보고 달도 보는구나, 합니다. 비록 티끌이지만 아름답고 신기한 세상의 일부가 되어보고 가는 거구나 생각하면 그걸로 됐다 싶기도 합니다.

물론 계속 생각하다 보면 '그래도 억울하다' 같은 마음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정도 고생이라면 5단 무지개 정도는 보여달라!' 싶다거나요. 그러니 이런 마음이 들려고 할 땐 잽싸게 생각을 접고 산책을 나섭니다.

그럴수록 산책 中

도대체 작가의 저서를 여러 권 읽어봤거나 인터뷰를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작가님은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고 한다. 그때 씩씩하게 일상을 살아나가며 쓴 책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명세를 얻은 '행복한 고구마'이야기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느낀 감정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삶과 현실이 작가를 힘들게 하더라도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과 약간의 유머로 세상을 재미있고 예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물론 긍정적인 마음 만으로는 헤쳐나가기 어려운 어려움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할 것이 바로 산책이다.

도대체 작가에게 산책은 '유용한 해결책'인 것 같다. 작가가 이전에 펴낸 '뭐라고? 마감하느라 안들렸어'에서도 마감이 닥쳐왔는데 소재가 떠오르지 않으면 무작정 산책을 한다고 쓰여있었으니까. 그렇게 떠난 산책에선 아마 아이디어를 얻은 날도, 마음의 평온만을 얻은 날도, 그저 시간만 낭비한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산책'을 통해 본 도대체 작가의 산책은 어떻게 보면 시시콜콜하지만 삶의 이유를 찾게 해주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해주는 좋은 시간이다. 게다가 산책을 하며 느낀 점을 이렇게 책으로 펴내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과 위안을 주니 도대체 작가가 앞으로도 건강히 즐겁게 산책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책엔 인생에 대한 충고나 조언이 쓰여있지 않다. 대신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잔뜩 있다. '꿩'이나 '오디'에 대한 이야기, '비가 내리는 원리'에 대한 이야기와 같이 삶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이제껏 읽었던 어떤 자기계발서도 주지 못했던 희망과 위로를 준다.


'나에게 과연 희망이란 게 있을까?'생각하면서 걷다가 노란색 칠이 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어두운 밤에 계단이 잘 보이라고 노란 칠을 한 모양이었죠. 그런데 그 노란 계단을 하나하나 밟으면서 어쩐지힘이 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계단이 노란색인 이유만으로요. 마치 제게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 노란 계단을 밟으며 깨달았습니다. 지금처럼 제가 별의 별것에서 힘을 얻는 한, 저에겐 늘 희망이 있을 거란 사실을요. 세상은 언제나 비슷한 모습으로 제 앞에 펼쳐져 있을 테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해 어떻게든 힘을 내려는 마음이 있는 한, 저는 또 남들이 보기엔 변변찮은 무언가를 찾아내 희망의 증표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산책 中

'그럴수록 산책'을 읽으며 내 마음을 다시 점검해보았다. 나는 분명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행복보다 짜증을 느끼는 빈도가 월등히 많아진 것은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그러나 나에겐 아직 '별의 별것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작가의 말대로 그런 능력이 있는 한 나에겐 늘 희망이 있을 것이다. 번아웃 핑계를 대며 주말마다 집에만 있던 나였는데 '그럴수록 산책'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오랜만에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근처 공원으로 나가보았다. 공원에서 마주친 것은 구름 사이로 스며든 햇빛과 아이들의 웃음 소리. 공원 한 켠에 마련된 벤치와 나무들 같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일상적인 것'이라고 표현하지만 내가 이런 것들을 마주한 적이 얼마만인지. 공원 벤치에 앉아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여유롭게 들어본 것이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산책이 주는 힘이 이런 것이구나 깨달으며 앞으로 힘차게 살아나갈 희망을 얻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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