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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늘, 각자의 시선
감도엽 외 지음 / 글ego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신인 작가 10명의 에세이와 시, 소설이 담겨있는데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차기작 계획은 없는지, 등등 작가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본문보다 더 재미있게 쓰인 작가 소개를 보면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진다.
10개의 챕터들 중 나의 마음에 가장 와 닿은 것은 에세이들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왕이면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이왕이면 나를 완벽한 사람으로 봐주길 원한다. 그러나 이 책 속 저자들은 상처와 감정을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다. 자신의 분노와 우울, 증오, 오해로 비롯된 잘못된 생각, 기쁨, 희망, 상상력을 모두 담아 글을 썼다. 마음을 전부 털어놓고 독자들이 공감해주길 기다리는 이 글들은 흔히 '괜찮아, 다 잘 될거야'하는 식의 흔한 위로 글 보다 훨씬 위로가 됐다. 괜찮다는 말보다, 힘내라는 말보다 나와 비슷한 아픈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게 더 마음을 편하게 해주니까.
아빠의 손을 잡았다.
[아빠 딸로 태어나서 행복했어. 그런데 불행한 시간이 더 많았어. 아빠가 나 많이 사랑했다는 거 알아. 아빠의 방식대로 날 사랑했지. 서로가 참 힘든 시간이었어. 아빠가 보고 싶을지는 잘 모르겠어. 그건 지나봐야 알 거 같아. 아빠 없이, 가족들 없이 지내는 3년이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어. 처음엔 외롭고 슬펐지만, 예상한 것만큼은 아니었거든. 그렇지만 아빠,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 왜냐면 나 후회하고 있거든. 벌써 후회하고 있어. 안 미안한데 미안한 척 사과했다면 아빠도 사과해줬을까?
미안해, 아빠.
…
…이제 잘 가. 이제 잘 가. ]
어쩐지 별이 보고 싶은 밤이었다. 시골의 밤하늘답게 평소엔 보기 힘들었던 별이 많이도 떠있었다. 별을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내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 졌음을 느꼈다. 이제는 죄책감이 뒤통수를 때리는 일도, 과거의 일로 눈물짓는 일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래야만 한다.
아빠를 사랑하는 법, 신주희 中
에세이 뿐 아니라 소설도 마음에 든다. 젊은 작가들답게 신선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공감시키는 이야기들이 돋보인다. 절대 뻔하지 않는 흐름으로 독자들은 상상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단편 소설이 아닌 장편 소설로 출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신인 작가들의 글을 모은 책이다 보니 가끔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군데군데 모난 곳이 있는 벽돌이어도 정성스레 쌓아놓고 나면 '공든 탑'이 된다. 아무리 여러 사람이 모였다고 해도 첫 작품을 출간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텐데 개인적으로 작가들이 존경스럽다.
'같은 하늘, 각자의 시선'은 잊고 있던 도전정신을 일깨워주는 한편 공감과 위로를 건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