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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갭의 샘물 눈높이 어린이 문고 5
나탈리 배비트 지음, 최순희 옮김 / 대교출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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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옛이야기에 나오는 샘물은 먹으면 먹을수록 젊어져 웃음을 자아내거나 또는 무병장수하여 하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산신령과 같은 노인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트리갭의 샘물』은 특이하다. 열 일곱 살에 먹으면 모든 것이 그대로 멈춰버려 열 일곱으로 끝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럼 육체는 그렇다고 하고 생각의 차이는 어떻게 되는거지? 인생을 즐기려는 열 일곱 살의 제시를 보니 생각도 그대로 머무르는 것 같다. 아이들이 영원히 사는 것보다 죽는게 더 좋다고 빨리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나이가 그대로 머물러 있어서 ‘영원’에 대한 매력이 덜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 한다.

터크는 이러한 삶은 사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죽는 것 없이는 사는 것도 없다며 지쳐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반복하니 더욱 생기가 없다. 이들은 영원히 머무르는 삶을 누리면서도 좀처럼 시대에 맞춰 살아가지도 않는다. 육체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가 멈춤과 동시에 모든 호기심이 사라진 듯하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다시 되돌릴 수 없다면 꼭 제시처럼 즐기라는 것은 아니어도 무언가 또 할 일이 있지 않을까? 내가 영원히 살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솔직히 나도 생기발랄하게 무언가 열중하며 영원히 한결같은 모습을 지킬 자신은 없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만큼만 욕심 없이 받는 게 행복이지 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중심’과 ‘변화’ 두 낱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규칙을 강조하는 엄한 집에서 자란 위니가 틀에서 벗어난 생활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를 알게 된 것,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 것은 우선은 작게 보일지라도 소중한 변화일 것이다. 어쩌면 나무가 불타고 일 년 후에 위니가 죽은 것도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그 의지를 지켰음을 강조하기 위한 작가의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변해도 되고 때로는 꼭 변화가 필요한 것, 그와는 반대로 세대를 거듭하더라도 꼭 지켜나가야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중심, 어쩌면 사람들이 ‘순리’라고 말하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올바른 가치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 살아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자연과 어울리는 삶….

아이들의 호기심과는 다르지만, 어른이 다 되어서도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에 따르는 고민도 많다. 그래서 자꾸 변화를 준다. 그럴수록 욕심은 또 늘어간다. 그런 나에게 어떤 분이 조언을 해주셨다.

“변화를 줄 때는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지 말고 항상 중심을 지켜라. 중심을 잃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둘레를 조금씩 넓혀가라.”

어떤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인생의 목표, 삶의 자세에 대한 생각은 나에게 또 하나의 ‘중심’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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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아이 - 프랑스문학 다림세계문학 7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김주경 옮김, 오승민 그림 / 다림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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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을 읽으면 생각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 열심히 쏟아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다른 책 못지 않게 생각거리가 많으면서도 그것을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보고 나서 나만의 짐작, 느낌인데도 불구하고도 ‘내 생각이 옳다, 확신할 수있다, 틀림없다, 유일한 진실이다’라고 강조하며 자신의 생각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코 그것은 사실과 다른데도 말이다. 또한 그러한 생각들 밑바탕에는 자신의 경험이나 생활이 깔려 있다. 나의 생각은 내 과거의 어떤 경험과 관련 있는지 저절로 되짚어보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과의 닮은 점, 같은 점을 발견하면 그것에 큰 의미를 두거나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정비사는 [엄지소년]에서 맏이가 자신과 같은 불꽃머리이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음에 주목하고, 외국인 여대생은 피에르의 연약하고 불안해 보이는 눈동자를 보고 거울 속의 자신을 떠올린다. 또한 식료품 상인은 심한 발냄새가 같다고 서로 통하는 게 있다고 받아들인다.
같은 상황에 처해있거나 같은 것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어쩜 저렇게 다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도 이 책이 안겨주는 미묘한 맛이다. 일이 순조롭게 잘 되어갈 때 조차도 찌푸린 얼굴로 무게를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왕자님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런 차이도 못 느끼는 데 서쪽 하늘의 밝은 빛을 보고 방향을 정하는 아이가 있다. 젖어 있는 바닥에 앉아서도 오후엔 마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 있는게 지겹다는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지쳐 흘려 듣는데 익숙한 사람이 있으면 찾아오는 이 없고 귀 기울여 들어줄 이 없어 외로운 사람이 있다. 냄새가 심한 쓰레기통 옆에서는 차라리 자는게 낫다는 사람이 있으면, 지금 상황이 어떤지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지 왜 그렇게 되어가는지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꼭 필요한 이들에게 좁은 자리 하나 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이 규칙에 왜 어긋나는지 따지는 사람이 있다. 사냥꾼에게 쫓기는 토끼를 떠올려 문 열어 주러 가는 사람이 있으면, 밖에서 철고리를 박아 못나오게 하는 사람이 있다. 특별한 아이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장으로 섬기고 무조건 따르는 사람이 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가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러느니 차라리 굶어 죽기를 택하는 사람이 있다. 살아있는 것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이 있으면, 한 생명의 탄생에 대한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그를 소홀히 하는 자에 대한 분노를 온 몸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다. 좋은 일을 한 번 해볼 가치도 자격도 없다고 비관하며 눈물 흘리는 밤을 보내는 사람이 있으면, 정직과 성실을 내세우며 정의로운 사회를 자신이 만들어 간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의 생각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처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등장하는 사람이 갑판장이다. 그는 얀을 현실 세계로 불러내지 않고 자신이 동화 세계에 들어가기를 바란다. 얀이 그토록 원하던 것을 나란히 바라보며….
이 책을 처음 읽은 날 밤은 장마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그리고 두 번째 읽는 오늘 밤은 바람이 제법 분다. 남아 있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의 삶은 또 하나의 경험으로 인하여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지금의 내 삶을 더듬어 본다. 내 생각, 내가 하는 말, 그리고 내 행동…. 이런저런 생각에 쉽게 잠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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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사회 교과서 04 - 종교 손에 잡히는 사회 교과서 4
류상태 지음, 강희준 그림 / 길벗스쿨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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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친구 따라 교회에 간다는 아이를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말렸다. 우리 부부는 개신교에 대해 거부감이 많은 터라 아직 판단력이 없는 어린애들을 일찍 보내고 싶지 않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가서 놀다보면 교회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몸에 베일까봐 더욱 반대했다. 성경에 이렇게 써 있다, 하느님이 계시를 내려주셨다 하면서 자기 생각만을 말하려는 이웃에게서도 거부감이 컸고, 악연이다 싶게 안맞는 사람도 알고보면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 개신교를 종교로 관대하게 받아 들이지 못했다. 나 자신도 어린 시절에 동네 언니를 따라 교회를 몇 년 쭉 다녔지만, 사람보고 다니지 말고 신앙심으로 다녀야 한다는 말을 뒤로 한 채 그만 두었다.

이제 큰 아이 11살이 되었다. 나는 누구일까,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이 들 나이다 싶어 성당에 같이 갈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아이도 아직은 싫다고 하고, 스스로 골라서 믿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꼭 같이 읽고 싶다. 잘 알려진 종교 중에서 어느 하나를 고르는 고민부터 안겨줄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부터 고민하게 하고 싶다. 종교의 어원은 결국 모든 종교의 가르침과 통한다. “하늘의 뜻에 따르고 사람을 널리 사랑하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종교를 갖든, 갖지 않든간에 사람이라면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실천해야할 덕목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게 만든 책인 만큼 아이들의 일상에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래 일기’를 써 보다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산타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어 종교에 있어 ‘이야기’와 ‘사실’의 구분이 얼마나 중요한 지 말하고 종교 경전에 들어있는 역사, 신화, 전설을 모두 역사로 보는 오류를 저지르지 않도록 강조한다. ‘아바타’는 힌두교의 신 비슈누가 세상에 내려오기 위해 모습을 바꾸는 것이라는 설명 또한 흥미롭다.

종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사람들은 어떤 종교관을 갖고 현실속에서 어떤 실천들을 했는지 따라가다 보면 종교를 다룬 책이지만 역사와 철학, 윤리까지 이끌어준다. [손에 잡히는 사회교과서]시리즈이지만 ‘교과서’에 빠진 2%를 채워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성인에 이르기까지 한 번 접해보면 좋은 책이다. 제목이 독자의 연령을 제한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사회교과서연계표’에서 학년별 단원분석에 그치지 않고 역사, 일반사회, 지리 세 분야를 그림으로 구별해 준 것이다. 이번 학기, 또는 다음 학기엔 역사를 많이 배우는지 일반사회를 많이 배우는지 쉽게 알 수 있어 미리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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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담은 토기 숨은 역사 찾기 4
고진숙 지음, 최서영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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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기라…. 역사와 관련지어 토기를 떠올리면 선사시대의 토기를 국사시간에 순서대로 외운 기억밖에 없다. 도자기는 미술시간에도 중요하게 다루고 시대별 순서나 작업과정을 배웠기 때문에 토기에 비해 더 중요하고 훌륭한 문화재로만 생각되었다. 박물관에 가서도 어둡고 수수한 토기는 그냥 휙 지나갔다.

그렇게 소홀히 여긴 토기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와 삶이 담겨 있다니…. 생각해보면 하루에도 몇 번 그릇을 만지면서도 왜 토기에 대해 궁금해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지 이상하기까지 하다. 어디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는 것들이 한둘이랴만…. 끊임없이 ‘왜?’ 라고 묻는 아이들처럼 궁금증과 호기심을 연구하고 또 연구하여 시대의 염원과 의지를 담아낸 장인과 이름 남기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이러한 책을 손에 안겨준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토기에 관한 책이지만 토기에 국한되지 않고 관련과학, 사진설명, 지명이나 사람이름, 음식이야기 등 많은 사실들을 구석기 시대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를 따라가며 들려주는데, 전체적인 맥락이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간결하면서도 힘있고 명쾌한 해설, 구체적인 설명도 눈길을 끈다. 한 줌의 곡식을 그냥 씹어 먹는다면 한 사람이 먹어도 배부르지 않을텐데 조리용 토기가 많은 사람이 나눠먹을 수 있게 해줬다는 구절에선 그 시대엔 이것이 얼마나 획기적인 발명인가 실감할 수 있었다. 귀족의식에 청동기 빛을 내기위해 애쓰고 특이한 모양과 무늬를 만들어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려 한 것들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사진으로만 보고 모양이 특이해 기억에 남아있던 바퀴달린잔에는 안전한 장삿길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고,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시루도 역사에선 한 몫을 했다니…. 읽는 내내 생활속에 깃든 역사 이야기라서 더더욱 감동적이다.

토기에 맞게 그림도 황토색을 주로 사용하였다. 토기 사진들과 어울리는 수수한 풍속화를 보는 듯한 그림이었으면, 세밀한 그림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이 책 아이들과 읽고 공방에서 흙도 주물럭 거리고, 박물관에도 가봐야 겠다. 언젠가 경복궁그림책 들고 경복궁에 기차여행 간 것처럼 이번에도 이야기 풍성한 나들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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