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었어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최윤미 옮김, 초 신타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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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눈에선 눈물이 신기할 정도로 잘 나온다. 울어야겠다 마음 먹고 눈 한번 꽉 감았다 뜨면 굵은 방울로 뚝뚝 떨어진다. 작은 아이의 이런 모습에선 아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가서 안아준다. 그러나 큰아이가 그러면 무슨 사내자식이 우냐고 한 마디 따끔하게 말한다. 다 컸다고 안아주지도 안으니 큰아이의 질투심은 끝이 없다.

큰아이랑 둘만 걸어서 시장이라도 갈 일을 만들거나 바람쐬러 서점에 데리고 간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말을 건넨다. 울고 싶을 때 실컷 울어야 건강하다고. 마음이 건강해야 웃을 수 있다고. 길게 말하지 않아도 맘에 눌러 놓았던 것을 곧잘 털어 놓는 아이가 고맙다. 혼자 속으로 삭히는 성격이라 마음이 불편하면 배가 잘 아프고 심하면 안과도 간 적이 있었다. 그런 성격이 걱정되어 드러내 놓고 화도 내고, 울기도 하라고 종종 말해준다.

“울었어” 제목만 보고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여 책을 빼들었다. 한 아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득 가리고 있고 고양이가 달래기라도 하는 듯이 소맷자락을 잡아 당긴다. 뭔가 억울한가보다라는 생각에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긴다. 아- 그렇지. 우는 경우도 여러 가지지? 꼭 억울하고 슬퍼서만 우는 것은 아닌데도 그리 짐작만 했다. 아파서도 울고, 약이 올라 울고, 무서워서 울고, 엄마만 병원에 놓고 오는 길에 울고…. 이런 저런 이유로 울기 잘하는 아이는 먼 나라에서 전쟁으로 고통받고 우는 아이들, 지나가며 우는 까마귀들의 마음도 헤아리게 된다. 제대로 울어본 아이라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내 기분을 억제하기만을 배운 아이가 옆에 있는 사람의 아픔을 알아줄까? TV에 비쳐진 모습을 보고 내 일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아이는 건강하다.

매일 한 번씩은 꼭 운다는 주인공의 말은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한다. 놀다가도 꼭 싸우고, 하나가 울어야 끝이 나는 시기의 아이를 둔 엄마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 책은 주인공이 슬픔을 마음에 간직한 채 울음을 참고 있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끝을 맺는다. 그 모습이 흔히 볼 수 있는 아빠들의 모습인 것 같아 안쓰럽다. 그냥 우세요-라고 말을 건네고 싶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터라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작가가 부럽다. 초 신타의 그림을 보면 나도 그림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림책이 다 그렇듯 초 신타의 그림은 쉽게 그려진 듯하면서도 결코 그렇지 않다. 한 장면 한 장면에서의 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그림만 되풀이하여 감상에 푹 빠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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