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 - 행복한 어린이 1
김용선 그림, 양혜정 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온 몸을 뒤틀며 괴로워하는 호랑이가 앞에서 뒷표지까지 꽉 채워 그려졌다. 뭔가 심상치 않다. 제목 그대로 뭔가 도와줘야겠다. “호랑이야, 왜 그래? 어?” 괴로워 말을 못하고 있으면 무슨 일인지 알아내려 호랑이의 여기저기를 살펴봐야 할 것만 같다. 겉으로 봐서는 어디 다쳤는지 어디 아픈지 모르겠다.

표지를 넘기면 눈 똥그랗게 뜨고 숲 여기저기서 고개를 빼꼼히 내민 동물이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풀어준다. 괴롭다기보다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구나! 호랑이가 도움을 청하는데 잡아 먹히는 동물들은 서로가 도망가기 바쁘다. 어흥! 호랑이가 무서워 멧돼지 도망가고, 멧돼지 무서워 여우 도망가고, 여우 무서워 토끼 도망간다.

그들은 평소에 먹고 먹히는 관계에 불과했을까? “도와줘!”하는 소리를 “어흥!”으로 밖에 듣지 못했다면 그들은 평소에 마음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었을 것이다. 낭떠러지를 만나고서야 호랑이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상황이 너무나 씁쓸하다.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내가 비켜설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말에 귀를 귀울인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내 몸은 마음이 미처 느끼지 못한 아픔을 신호로 보낸다. 내 맘좀 알아달라고 가족에게 친구에게 신호를 보낸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소수는 다수에게, 때로는 다수가 소수에게 신호를 보낸다. 내 마음과 머리는 스트레스가 뭔지 모르겠는데 행동은 어긋나고 몸은 과식으로 망가지고, 집이 건물이상의 의미를 넘어서지 못하고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과 몸이 멍들어야만 우리는 뒤돌아 보게 되는가? 아니 그러한 상황에서도 무어라 계속 변명하며 회피하기만 할 것인가?

처음 읽었을 때, 다시 읽고 또 읽었을 때 그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호랑이의 등을 겁내지 않고 흥겹게 올라 타는 여우와 토끼, 그들과 나란히 걸어가는 멧돼지의 함박 웃음이 너무나 소중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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