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인간은 쾌활하다. 그는 날마다 먹지는 않고 마음이 내키면 저녁마다 연극을 보러 간다. 몸에는 서츠도 없고, 발에는 신도 없고, 머리 위에는 지붕도 없다. 그는 그런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나는 파리들 같다. 그는 일곱 살에서 열세 살까지고, 떼를 지어 살고, 거리를 쏘다니고, 한데서 자고, 발꿈치 아래까지 내려오는 아버지의 헌 바지를 입고, 귀밑까지 내려오는 남의 아버지의 헌 벙거지를 뒤집어쓰고, 가장자리가 노래진 멜빵을 한쪽만 메고, 뛰어다니고, 동정을 살피고, 구걸을 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거칠게 상말을 뇌까리고, 술집에 드나들고, 도둑놈들을 알고 있고, 계집애들과 친하게 사귀고, 곁말을 쓰고, 음란한 노래를 부르고, 그러면서도 가슴속에는 아무런 악의도 없다. 그것은 마음속에 한 알의 진주가, 즉 순진무구함이 있기 때문인데, 진주는 진창 속에서도 녹지 않는다. 사람이 어린아이인 동안 신은 그가 순진하기를 원한다. - P9

파리 문밖의 이 창백한 어린아이는 고통 속에서, 사회적 현실과 인간사 앞에서, 생각에 잠긴 목격자로서, 생활하고 발전하고, 맺어지고 풀린다. 그는 자기 자신이 무사태평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바라보고 웃으려 하나, 또한 다른 짓도 하려 한다. 그대가 누구이든 간에 그대가 ‘편견‘, ‘남용‘, ‘파렴치‘, ‘압제’, ‘부정’, ‘독재‘, ‘불법‘, ‘광신‘, ‘포학‘ 등의 이름이 붙은 자라면, 이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건달을 주의하라.
이 꼬마는 커질 것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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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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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적 사고에서 우주적 사고로의 전환이 다시 창백한 푸른 점으로 회귀하는 소중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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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들은 살상용 핵무기를 자체 조달하고 비축하는 데에 대한자기 나름의 정당화 논리를 구축해 놓고 있으며, 그 논리의 당위성을만방에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항시 가상 적국의 문화적 하자를 지적하고 그들이 저지를지 모르는 비이성적 행태를 상정하여 사람이 아직갖고 있는 파충류의 뇌를 자극하는 데 유효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자국민을 파충류적 행동 기제로 몰고 가고는 한다. 자국은 상대국과 달리 문화적 하자가 없고, 타국을 해칠 의도가 없으며, 건전한 세계 시민으로서 세계의 정복 따위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국가에는 결코 실현돼서는 안 되는 일들의 목록이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목록에 들어 있는 일들이 일어나도록 결코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이다. - P650

우리야말로 핵전쟁의 인질이다. 지구상 모든 사람이 핵전쟁의 볼모로 잡혀 있는 것이다. 인질로 잡힌 우리가 먼저 핵 및 재래식 무기와 전쟁에 대한 연구를 하고 그 다음에 우리의 정부들을 계몽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 기술의 개발과 연구는 결코 게을리 할 수 없는 우리의 절대 의무이다. 우리는 이제 사회, 정치, 경제, 종교라는 이름의 제도가 가르쳐 온 전통적 지혜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노력을 경주하여 우리의 이웃이 지구 어디에서 살든 그들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물론 쉽게 달성될 수 있는 성질의 목표는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제안이 비현실적이고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거절당할 때마다, "그렇다면 당신이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인간의 동질성에 근거한 이 방안 이외에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 것이다. - P654

사람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자신이 속한 사회와 조금이라도 다른 성격의 사회를 믿을 수 없는 기괴한 존재로 간주하며 심히 혐오하고는 한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심을 갖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방 outlandish‘ 이나 ‘외계 alien‘라는 표현의 부정적 뉘앙스는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잘 드러내 준다. 그렇지만 각기 다른 문명들이 보여 주는 문화와 유적의 다양성은 ‘인간으로 되어 감‘ 의 다른 방식들을 우리에게 시사할 뿐이다. - P674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微物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됐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됐다. 10억의 10억 배의 또 10억 배의 그리고 또 거기에 10배나 되는수의 원자들이 결합한 하나의 유기체가 원자 자체의 진화를 꿰뚫어 생각할 줄 알게 됐다. 우주의 한구석에서 의식의 탄생이 있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줄도 알게 됐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 P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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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중심은 어디인가? 우주에 경계가 있는가? 있다면 그 경계 바같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2차원 우주에는 중심이 없다. 비록 2차원 우주가 3차원적으로 구부러져 있어도 그 공의 표면에 해당하는 2차원 우주에서는 중심을 정할 수 없다. 그런 우주의 중심은 그 우주에 있지 않다. 중심이 있다면 그것은 그 우주의 주민들이 접근할 수 없는 3차원에 있다. 다시 말해서 구의 중심에 있다. 납작이나라의 영토는 구의 표면일 뿐이다. 그러므로 2차원 우주는 유한하다. 그렇지만 경계는 찾아볼 수 없다. 경계 바깥의 정체는 질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질문할 성질의 것이 아니란 말이다. 납작이나라에 사는 납작이들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2차원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다. - P529

두뇌는 기억 장치 이상의 기능을 수행한다. 인간의 두뇌는 비교, 합성, 분석, 추상화 같은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살아 남기 위해서 우리는 유전자가 제공하는 것 이상의 정보를 미루어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때문에 두뇌 도서관의 규모가 유전자 도서관의 수만 배나 되는 것이다. 겨우 걸음마를 뗄 줄 아는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해 보라. 사람의 알고자 하는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배우려는 열망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도구이다. 인간의 감정이나 인간 행동의 관습적 유형은 마음 어딘가 깊숙한 곳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인간 본성의 일부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특성을 인간만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동물들도 감정을 표출한다. 하나의 종으로 인간을 특징지을 수 있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다. 대뇌 피질이 사람을 동물적 인간에서 해방시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주인공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비비나 도마뱀의 유전적 행동 양식에 더 이상 묶여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자신이 뇌 속에 집어넣은 것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각자는 한 사람의 성숙한 인격체로서 누구를 아끼며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하지, 파충류 수준의 두뇌가 명령하는 대로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P555

하지만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에는 국경선이 없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쥐면 부서질 것만 같은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지구는 극단적 형태의 민족 우월주의, 우스꽝스러운 종교적 광신, 맹목적이고 유치한 국가주의 등이 발붙일 곳이 결코 아니다. 별들의 요새와 보루에서 내려다본 지구는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디 작은 푸른 반점일 뿐이다. 이렇게 여행은 시야를 활짝 열어 준다. - P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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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넓게 벌리고 휘돌아 감도는 나선 팔 구조의 위용, 4000억 ‘인구’를 자랑하는 성단에서 벌어지는 별들의 퍼레이드, 중력 수축의 고통과 충격이 소리 없이 신음하는 암흑 성간운들, 그 안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행성계, 초거성들의 휘황한 광채, 중년에 이른 주계열성들의 늠름한 모습, 적색 거성들의 빠른 팽창, 백색 왜성의 단아함, 행성상 성운의 미려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신성, 초신성, 중성자별, 블랙홀 등은 어찌하고? 우리는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 우리의 내면과 겉모습 그리고 인간 본성의 형성 기제 모두가 생명과 코스모스의 깊은 연계에 좌우된다는 점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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