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정치인은 이념과 사상의 보따리를 싸 들고 장이 서는 것으로 이동해 거기에 맞는 상품을 펼쳐놓고 판매하는 상인과 비슷한 처지가 되어가고 있다. - P219

결국 경제 민주화란 1987년 이전까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상이한 평가와 대안을 하나로 뭉뚱그려놓는 효과를 발휘한 단어인 셈이다. 즉, 이는 어떤 종류의 독재에 대항하는 ‘반독재’와 궤를 같이한다. 오늘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대개 기존의 경제 정칙을 ‘(지나치게) 우파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경제 민주화는 일종의 ‘반우파’적 담론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오로지 선거공학의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이념적 스픽트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마법의 도구로 볼 수도 있으나 정치의 근본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노선적 대안의 발전을 정체시키는 족쇄로 기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들이 모이고 쌓여 우파의 대립항을 ‘좌파’가 아닌 ‘반우파’에 머무르기 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매번의 선거에서 진보냐 보수냐의 노선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우파냐 아니냐, 보다 정확하게는 기득권이냐 아니냐의 단순한 선택을 강제당하는 것이다. 이런 선택은 재차 설명할 필요도 없이, 앞서 언급한 ‘재구매 의사 있음’ 또는 ‘재구매 의사 없음’이라는 효율적 소비주의의 향식에 지배당하고 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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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작은 차이를 극복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실상 원하는 것은 사람들이 차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자는 것, 즉 열광을 유지하기 위한 판단 중지를 선택하는 거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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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평은 소비주의적 측면에서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는 작업이 아니다. 비평의 목표는 상품의 사회적 맥락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효율성의 신화와 결합한 소비주의는 이런 지적 사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 P170

오늘날의 피지배계급은 노동계급으로서의 자기 확신을 얻고 체제를 변혁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대신에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으로 기득권에 대항하는 손쉬운, 즉 효율적인 길을 선택한다. 최소한의 ‘양식’만 지키면 대부분의 투쟁은 "안 산다"는 선언으로 대치될 수 있다. 개념 없는 소비자에 대해서는 체제가 만든 법에 따라 처벌하라고 외치면 된다. 복잡한 논리는 필요 없다. - P176

결국 세상만사에 나타나는 대중의 소비자주의적 태도는 생산자로서의 자기 위상을 비틀고 모든 문제를 소비자의 관점으로 해석하게 하는 세태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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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반복해서 확인되는 것은 가상공간에서 열광과 냉소가 교차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데카당스’로 표현이 가능한 이 일군의 무리들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남들을 이겨먹기 위한 온갖 기행을 반복한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이 행위 자체가 현실에 대한 냉소임과 동시에 가상적인 것에 대한 열광이다. 이런 기행 경쟁이 현실의 자신에게는 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헛심을 쓰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가상공간에서의 데카당스적 열광을 유지하기 위해 현실 문제에 대한 판단 중지를 선택한다. - P127

문제는 이 냉소가 현실의 가장 핵심적인 고통을 맞닥뜨릴 때 벌어진다. 취업이나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겪는 젊은이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고통을 게임화해서 표현하는데, 여기에서는 세이브도 할 수 없고 로그아웃을 할 수도 없다. 고통받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에 비교하며 망했다고 자조하지만 현실에서는 게임의 논리를 적용할 수가 없다. 망친 게임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망친 현실에서 이를 구현하려면 스스로 죽음을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남은 방법은 오직 입으로만 이 죽음을 향유하는 것이다. 죽고 죽이는 어떤 상황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온라인의 유행은 이런 맥락 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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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9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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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게 몰아치는 전개, 파멸로 이르는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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