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경제 민주화란 1987년 이전까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상이한 평가와 대안을 하나로 뭉뚱그려놓는 효과를 발휘한 단어인 셈이다. 즉, 이는 어떤 종류의 독재에 대항하는 ‘반독재’와 궤를 같이한다. 오늘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대개 기존의 경제 정칙을 ‘(지나치게) 우파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경제 민주화는 일종의 ‘반우파’적 담론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오로지 선거공학의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이념적 스픽트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마법의 도구로 볼 수도 있으나 정치의 근본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노선적 대안의 발전을 정체시키는 족쇄로 기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들이 모이고 쌓여 우파의 대립항을 ‘좌파’가 아닌 ‘반우파’에 머무르기 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매번의 선거에서 진보냐 보수냐의 노선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우파냐 아니냐, 보다 정확하게는 기득권이냐 아니냐의 단순한 선택을 강제당하는 것이다. 이런 선택은 재차 설명할 필요도 없이, 앞서 언급한 ‘재구매 의사 있음’ 또는 ‘재구매 의사 없음’이라는 효율적 소비주의의 향식에 지배당하고 있다. - P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