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곱고 착한 행동이 습관이 되면, 그놈이 쉽사리 입을 수 있는 외투나 예복 또한 준답니다. - P134

죽을 때가 지금이면 아니 올 것이고, 아니 올 것이면 지금일 것이지. 지금이 아니라도 오기는 할 것이고. 마음의 준비가 최고야. 누구도 자기가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지 모르는데, 일찍 떠나는 게 어떻단 말인가? 순리를 따라야지. - P198

그래, 이 보라고. 자네가 날 얼마나 형편없는 물건으로 생각하나. 자넨 날 연주하고 싶지. 내게서 소리나는 구멍을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아. 자넨 내 신비의 핵심을 뽑아내고 싶어해. 나의 최저음에서 내 음역의 최고까지 울려보고 싶어. 그렇다면, 여기 이 조그만 악기 속엔 많은 음악이, 빼어난 소리가 들어 있어. 그런데도 자넨 그걸 노래 부르게 못해. 빌어먹을, 자넨 날 피리보다 더 쉽게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나를 무슨 악기로 불러도 좋아. 허나, 나를 만지작거릴 순 있어도 연주할 순 없어. - P119

아니, 이건 청부 살인이지 복수가 아냐. 놈은 아버지를 그가 육욕에 푹 빠지고 모든 죄악이 활짝 핀 오월처럼 싱싱할 때 앗아갔다. 그리고 하늘말고 그의 벌이 어떨지 누가 아랴? 허나 우리 입장에서 생각할 땐 무겁다. 그럼 내가 복수했어? 영혼을 씻고 있을 때, 하직하기 알맞게 무르익었을 때 놈의 목숨을 뺏는다면? 아냐. 아서라 칼아, 더 끔찍한 상황을 만나자. 놈이 취해 잠자거나 광란하고 있을 때, 침대에서 상피붙어 쾌락을 즐길 때, 경기 도중 욕하거나 구원받을 기미가 전혀 없는 행동을 하고 있을 바로 그때, 다리를 걸자. 그래서 놈의 발꿈치는 하늘을 박차고, 영혼은 목적지 지옥만큼 시커멓고 저주받게.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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