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간혹 구멍을 파요." 노인이 말했다. "내가 체스에 몰두하는 것과 원리적으로는 같은 거겠지. 의미도 없고, 어떤 결과가 있는 것도 아니야. 그러나 의미나 결과 따위는 아무 상관 없어. 아무도 의미 따위는 필요로 하지 않고, 또 어떤 결과를 바라지도 않거든. 우리는 모두 이곳에서 각자의 순수한 구멍을 파고 있어요. 목적이 없는 행위, 진보가 없는 노력, 목적지가 없는 보행, 멋지지 않은가.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아무도 상처 입지 않아. 아무도 앞지르려 하지 않고, 승리도 없고 패배도 없지." - P617

"불완전한 부분을 불완전한 존재에게 떠넘기고, 그리고 그 웃물만 홀짝거리면서 사는 거라고.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 너? 그게 진정한 세계냐고. 그게 존재의 진정한 모습이냐고, 잘 들어, 약하고 불완전한 쪽의 입장에서 봐. 짐승과 그림자와 숲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말이야." - P655

그러나 내가 내 인생을 다시 한번 시작한다 해도, 나는 역시 지금 같은 인생을 보내지 않았을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 계속 잃어 가는 인생이 —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내게 나 자신이 되는 길 외에 다른 것은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버리고, 또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버리고, 갖가지 아름다운 감정과 뛰어난 자질과 꿈이 소멸되고 제한되었다 해도,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무엇이 될 수 없다. - P666

그러나 나는 내 인생을 비틀린 채로 내버려 두고 소멸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걸 마지막까지 지켜볼 의무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나 자신에 대한 공정함을 잃게 된다. 나는 내 인생을 이대로 두고 갈 수는 없다. - P7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