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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배신 - 무심코 차린 한식 밥상이 우리 가족 수명을 단축시킨다!
이미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음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념은 무엇일까? 아마 극우민족주의가 아닐까 싶다. 대표적 한식인 김치와 된장, 비빔밥을 생각해보자. 이 음식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사랑과 믿음은 드높다 못해 거의 종교적이다. 김치와 된장의 온갖 효능들이 TV와 신문에서 끊임없이 소개된다. 이를 발전시켜 온 선조들의 지혜를 찬송하다가 한민족의 우수한 음식문화 예찬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그야말로 ‘아~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모든 음식은 대개 양면성이 있는데 우리 전통음식은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한식의 배신>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를 대놓고 반박한다. 저자 이미숙 박사는 식품영양학 전공자로서 서울대 암연구소 근무 경력을 가졌다. 그런 그가 맘먹고 한식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꼽았다. 물론 개인적인 주장이 아니라 대부분 검증된 이론들이다. 오랜 저장을 위해 소금을 많이 쓴 젓갈과 김치류, 소금이 많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국과 탕류, 탄수화물이 많은 밥 중심 식단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발효음식이 발암물질을 만든다’ ‘고혈압과 위궤양의 주범’ ‘김치, 잡균의 서식지, 된장’ ‘식중독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젓갈’ ‘내 몸에 독이 되는 뜨거운 국물’에 대한 얘기는 자뭇 충격적이다. ‘바이오제닉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이 된장, 김치, 젓갈에 그득하다는 대목에 이르면 거의 멘붕 상태에 빠진다.
한번 따져보자. 한식이 식품으로써 특별한 권위를 가져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가 오천년 역사를 가진 농업국이기는 하나 곡창국가는 아니었다. 오히려 보릿고개와 끼니 걱정을 늘 하며 어려운 식생활을 해왔다. ‘쌀밥에 고깃국’은 20세기 말에 겨우 이룬 오천년 역사의 염원이었다. 이런 여건에서 고도의 음식문화가 발달했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실제로 우리 한식은 국제적으로 프랑스나 태국, 중국요리와 같은 반열에 앉지 못한다. 그럼에도 음식은 국가 이미지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앞으로 국력 신장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얼핏 듣기엔 그럴듯하다. 그러나 태국은 선진국이 아니면서도 음식이 유명한 반면 영국 음식은 별다른 게 없지 않는가. 국력과 요리의 상관관계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음식의 맛과 영양 못지않게 중요하면서도 우리가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한식이 국제화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반찬공유문화이다. 한식은 반찬을 많이 얹어놓고 같이 먹게 하는데 이는 매우 후진적인 비위생적 음식문화이다. 한국인에게 많다는 헬리코박터균이 이를 잘 증명한다. 불고기, 비빔밥, 떡볶이 등 최근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식들은 대부분 반찬공유형이 아님이 눈에 띈다. 요즘 들어 개인별 앞접시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찌개와 같은 주요리에만 쓰이고 기본 반찬들은 그대로 같이 먹고 있다.
과거 일본이 그랬듯이 요즘 우리 사회도 음식에 대한 담론들이 무성하다. 음식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들이 연이어 나오고, 소위 맛집 소개가 인터넷 공간에 넘쳐난다. 출판 서적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와중에 나온 이 책은 단순히 음식에 대한 실용서에 머무르지 않았다. 실용서의 수준을 넘어서게 한 그 동력은 성찰이었다. 음식 자체만을 기능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식문화 전반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민족주의적 선입견과 웰빙이라는 자본제적 생활문화를 경계토록 한다. 이제 일상에서는 요리가 아닌 음식이, 웰빙이 아닌 로하스가 추구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