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만들기 - 20세기 미국에서의 좌파 사상 동문선 현대신서 32
리처드 로티 지음, 임옥희 옮김 / 동문선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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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실용주의 철학자 Richard Rorty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이미 2005년에 타계한 그는 미국 분석철학계의 거두로써 유럽에까지 그 이름을 떨친 철학자였다.  Rorty의 ‘미국 만들기’는 그의 대학 강연을 모은 것이고, 책두께도 얇은 편이어서 작가의 위상에 비해 읽기는 비교적 수월했다. 

 그는 처음부터 자기 논리의 기반을 19세기 미국의 세속주의 작가인 듀이와 휘트먼에 두고 글을 이끌어 갔다.  듀이와 휘트먼 역시 생소하나 미국인에겐 어느 정도 보편적인 인지도가 있는 작가들이라 한다.  아마도 그들의 '세속주의'가 로티의 '실용주의'와 상당부분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Rorty는 인종과 노동 분야에서 이룩한 미국의 전통적(개혁주의) 좌파의 활동상에 대해 처음부터 줄곧 무한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의 좌파에 대해서는 ‘문화 좌파’ 혹은 ‘강단 좌파’로 명명한 후 집요하리만큼 끈질기게 ‘실천성’ 부족을 나무라며 전통의 계승을 촉구했다.  그가 계속 비판하고 있는 '문화 좌파'에 최근 우리 사회에서 언급되고 있는 '강남 좌파'가 자꾸 오버랩된다.  아뭏던 그는 미국적인 애국심, 재분배주의 경제학, 반공주의 그리고 듀이류의 실용주의를 개혁주의 미국인 좌파의 전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그가 늘상 강조하는 자문화 중심주의, 애국심의 고취, 긍정적인 역사해석 등은 모두 우파의 언어가 아니던가?  그러다가 강연 막바지에서는 다시 반권위주의, 노동권, 여권신장, 인권, 페미니즘, 게이인권을 거론한다.  이쯤 되면 이데올로기적 지형도에서 이 사람의 좌표점은 어디일지 매우 궁금해진다.  생전에도 그는 이러한 태도로 인해 좌우 양측에서 모두 공박을 받는 그러한 위치에 있었다 한다.  이런 혼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그가 천착한 ‘실용주의’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시장자본에 대한 태도가 진보주의의 척도임을 감안한다면, Rorty는 분명 진보주의자이다.  그는 전통적인 좌파와 문화적 좌파와의 사잇길을 내되 그 구심점을 제시하기 위해 이 강연을 준비한 것일까?  그의 실용주의는 미래 지향적이기에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 막는 것들을 걷어내고 싶어했는지 모른다.

강연의 말미에서 Rorty는 ‘단지 경제적이고 군사적인 거인‘이 아닌 ’품위 있고 교양 있는 사회‘ 로서의 미국을 다시 한번 염원함으로써 그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상당히 리버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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