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매뉴얼
제더다이어 베리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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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봤더니 오오. 먼저 나왔다 싶은 이야기.

<탐정 매뉴얼>은 탐정 매뉴얼이지만 탐정 매뉴얼이 아니고,(매뉴얼 실용서는커녕 매뉴얼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소설! 소설이다...ㅋㅋㅋ) 탐정 소설이지만, 탐정 소설이 아니라 희한하게 재미있는 책이다.


대부분의 탐정 소설은 결국 '누가' 탐정이냐인 것 같다. 그래서 온갖 캐릭터들이 넘쳐난다. 마약쟁이 홈스ㅎㅎㅎ, 안락의자 탐정 구석의 노인, 하드보일드 사립 탐정 필립 말로, 사건을 맡았다 하면 아무도 살리지 못하는 긴다이치 코스케...ㅠㅠ 탐정 소설의 승패는 이런 각양각색의 탐정들 속에 누가 더 특이한 탐정을 만드느냐 경쟁하는 데 달린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탐정 매뉴얼>은 그런데 희한하게도 누가 탐정이냐를 논하지 않는다. 아니, 탐정이 되기 싫어하는 탐정이라는 타이틀이 주인공에게 붙어 있긴 하지만, 보통 탐정이 되기 싫어하다 어쩔 수 없이 탐정으로 거듭 나는 공식과 달리 이 주인공은 결국 끝날 때까지도 정말 탐정이 되지 않은 느낌이다.(주인공 고집쟁이...)


거기다 탐정 소설의 사건 전개 공식은 의외로 그대로 따르는데, 탐정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탐정'에 대한 공식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탐정 소설이라고 하기는 뭐한데 탐정 소설이다. 이 점이 재밌다. <탐정 매뉴얼>에서 누가 탐정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실 탐정 회사가 주요 배경 중 하나니 탐정 자체가 많기도 많다. 결국 <탐정 매뉴얼>은 그 수많은 탐정들, 그리고 주인공처럼 어쩔 수 없이 탐정 역을 맡게 된 탐정까지 포함해 탐정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비튼다.


그래서인지 탐정 원톱에 끽해야 조수, 의뢰인 정도 양날개로 펼쳐지던 탐정 소설과 달리 화려한 캐릭터들이 각양각색으로 펼쳐진다. 카니발에서 불꽃놀이를 맡던 여자, 독심술을 하던 남자, 단검 던지는 남자, 1면에 오르내리지만 늘 배고픈 명탐정, 전형적으로 회사에 충성하는 충직한 탐정, 회사 최고의 스타 탐정을 누르고 자기가 스타 탐정이 되고 싶어하는 탐정 등등.


그런가 하면 몽유병자 군단을 이끌고 달리질 않나, 책인데 영상미가 느껴질 정도로 작가의 상상력이 훌륭하다. 이렇게 애기하면 도대체 몽유병자와 카니발과 탐정이 뭘로 이어지나 싶겠지만 놀랍게도 플롯이 촘촘하다. 다 말이 되게 공간을 이동한다.


개인적으로는 빗속을 돌아다니는 탐정과 몽유병자들의 행진,

공간과 공간이 일그러지며 희한한 여행길이 펼쳐지는 영화 같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거기다 인셉션보다 먼저라니 왠지 읽고 인셉션을 떠올린 내가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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