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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치료 이야기 -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전현수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5월
평점 :
이 책은 현직 정신과 의사로 활동 중인 저자가 불교수행 중에 경험한 것을 정신치료에 응용하여 실제적으로 효과를 본 것을 썼기 때문에 내용이 관념에 머무르지 않고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목차를 보면 마음열기, 마음알기, 마음다루기, 마음나누기라는 제목을 달고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을 보면 정신 수양에 직접 도움이 되는 불교 교리를 현실적인 언어로 풀어놨고, 저자 자신이 수행 중에 느낀 점이나 경험한 것들을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한 내용을 임상 예를 들어서 서술하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세상의 이치’와 ‘생각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설명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세상의 만물은 생명을 가진 것과 생명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생명을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은 오직 자연의 법칙이 적용되는데 비해 생명을 가진 것들에게는 자연 법칙 외에 생명체들 간에 적용되는 법칙이 따로 있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는 것인데,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개별적 생명체들은 모두 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나’를 갖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각각 이 우주의 중심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세상에는 엄청난 ‘내’가 존재한다. 내 자신이 다른 생명체 앞에 겸손하고 다른 생명체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 까닭이다.
또 나의 존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무생물과 생명들과의 끊임없는 ‘상호관계’ 속에서 가능하다. 특히 나와 다른 사람과의 상호관계는 더 중요하다. 저자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나와 남 둘다 이로운 것을 선(善), 나는 이롭지만 남에게는 해가 되는 것을 악(惡), 순조로운 것을 낙(樂)이라고 하고, 저항이 있는 것을 고(苦)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선인락과(善因樂果) 악인고과(惡因苦果)입니다. 이것이 법칙입니다. 이 법칙을 사회법칙 또는 윤리법칙이라고 합니다.’(p.51)
우리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선입견, 편견을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진정한 평화와 공존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불안과 걱정, 우울과 두려움, 분노 등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왜 이러한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있는 것일까? 저자에 의하면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모두 마음이 과거와 미래에 묶여있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현재에 살고 있다. 누구도 과거와 미래에 살 수 없다. 하지만 마음은 항상 과거의 일에 상심하고 후회하며 분노하고, 미래의 일에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만일 마음이 현재에 머무를 수 있다면 누구나 불행의 굴레를 벗어버릴 수 있다. 저자는 죽음조차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죽음이란 살아있는 그 순간까지 미래의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하든 현재에 집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을 보거나 듣거나 느낄 때 항상 100퍼센트 그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하다보면 점차 현재에 집중하는 능력이 향상되어 과거나 미래에 끌려다니지 않게 될 것이다.
저자는 특히 그 방법으로 명상을 권하고 있다. 명상은 그 자체가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상의 이로운 점 11가지를 설명하는 내용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경험하는 자아’와 ‘관찰적 자아’에 대한 것이다. 경험하는 자아는 우리가 행동할 때 작용하는 자아이고, 관찰적 자아는 경험하는 자아를 보는 자아이다. 즉 관찰적 자아가 더 상위의 자아로서 자신을 반성하고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감시하는, 도덕적 인간 형성에 중요하게 관여하는 자아라고 할 수 있다. 명상을 하면 관찰적 자아가 강화된다고 한다. 이 안에는 명상을 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으므로 이것을 따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 외에 부부 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이성에 대한 욕망을 다스리는 방법, 불면증을 극복하는 방법,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불가에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모두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는 뜻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말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절실한 말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독자들이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