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 읽기 조계종 표준 금강경
지안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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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반야경 또는 금강반야바라밀경이라고 하는 금강경은 선불교가 위주인 우리나라 불가에서 가장 중요시하고 많이 읽는 불경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 앞에 '조계종 표준'이라는 작은 글씨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조계종에서 표준하여 발표한 금강경을 지안 스님이 강해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모두 32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장의 맨 앞에 한문으로 된 원문이 있고, 옆에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한글로 된 해석이 붙어 있으며, 다음에 지안 스님이 강해한 내용이 있다. 금강경 자체가 워낙 읽기 어렵고 난해하기 때문에 누구나 한두 번 읽고서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금강경에서는 공(空)이라는 글자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용은 모두 공을 밝혀 깨우침을 얻도록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부처와 그의 제자인 수보리의 대화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교에서 공은 그저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것을 가리키는 글자가 아니다. 물론 텅 빈 것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오히려 원뜻은 모든 것이 무상(無常)하다는 것을 가리킨다.

 

인간은 어떤 존재와 현상을 고정된 실체로서 인식한다. 그리고 그렇게 인식된 실체에 임의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규정한다. 이 과정에서 오호(惡好)가 생기고 번뇌가 일어난다.


 

불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이러한 인식과 가치부여는 실상과 무관하게 인간의 편견에서 생겨나는 것이며, 이러한 인식과 가치부여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생사에 구애받지 않는 지극한 즐거움의 경지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방법이 곧 우주간의 만물과 만사는 '무상'하며 '공'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 있다고 한다.


 

인간의 사고는 언어의 체계를 바탕으로 한다. 한국인은 한국어식으로 사고하고, 미국인은 영어식으로 사고한다는 뜻이다. '무상'과 '공'을 깨닫기 보통의 인식 체계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이는 곧 언어 체계를 부정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우선 '무상'과 '공'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면 언어라는 수단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는 언어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독특한 어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즉 '所言~ 卽非~ 是名~'이 그것이다. 이 논법이 발전하여 나중에 용수보살의 '중론(中論)'에 이르게 된다.


 

이 논법을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과학적 논리에 익숙해 있는 현대인에게 하나의 대상에 대해 동시에 긍정과 부정, 또 다시 긍정하는 논리는 이율배반적이기까지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읽고 고민하다보면 금강경에서 불교만의 독특한 설명체계, 인식체계를 발견하고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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