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번영 - 현대 금융경제학이 빚어낸 희망과 절망
이찬근 지음 / 부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미국에서 일어난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로 세계 경제가 아직까지도 휘청거리고 있고, 우리의 생활 경제도 여전히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현재의 이 위기가 어떻게 해서 유발된 것인지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하는 것 같지만, 앞으로 경제 체제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생각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어떤 학자는 월가를 주축으로 한 금융자본주의가 무너질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하고, 심하게는 자본주의 자체가 무너지고 새로운 경제 체제가 세워질 것이라고도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이 책 <불안한 번영>은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의 기본적인 주장은 20세기 이후 경제사적 흐름 상 비록 위기에 처해있기는 하지만 금융자본주의 자체가 사라지거나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현 세계는 빠른 운송과 즉각적인 통신의 발달로 인해 그 경제를 빠르게 통합하고 있다. 이른바 ‘글로벌 경제 체제’인데, 우리에게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글로벌 경제 체제에 편입된 나라는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는 가난을 면치 못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현 세계는 ‘탈산업화 시대’를 걷고 있다. 200여개의 나라의 경제 수준의 층위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이 단어로 묶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선진국은 ‘탈산업화 시대’인 것만은 사실이다.

산업시대에는 사회를 자본가와 노동자로 이분화 하여 좌와 우로 나누는 이데올로기적 사고가 중심이었지만, 탈산업화 시대에는 이데올로기적 사고를 탈피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일관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탈산업화 시대에는 국가와 민족의 개념도 희박해지고, 집단이라는 개념도 무너지는 때이다. 오로지 그 개인의 능력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은 오로지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될 것이기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노동조합은 약화되고 무너질 것이다. 만일 노동자들이 단합하여 자본과 대치하면, 그 자본은 순식간에 그 나라를 탈출하여 더 쉽게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나라로 갈 것이고, 기업은 그런 나라로 이전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체제에서는 경쟁력 없는 산업은 당연히 도태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빈부격차가 극도로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한 정치 역시 이러한 경제사적 흐름에 따라 그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 가장 강력한 자원은 바로 ‘인재’라고 말한다. 우수한 인재야 말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세계화에서 우리나라가 승자로 남을 수 있으려면 국가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강한 개인’의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 체제’를 정비하는 것이다. 저자는 ‘교육은 우리에게 21세기 최대의 국가 전략이자 경제 문제이자 복지 문제이고, 동시에 정치 문제이자 인권 문제’라고 말한다. (p.322) 저자가 말하는 글로벌 인재는 ‘추상적, 개념적 사고 능력, 실험 및 검증 능력, 협동과 의사소통 능력’을 갖고 있고, ‘과학기술 관련 전문지식 외에도 폭넓은 인문학적 식견과 국제적인 안목을 갖추고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또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국토 크기나 인구수를 비춰보면 단일 복합 클러스터 체제가 적당하고 한다. 그리고 그 클러스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수도권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현 세계 경제 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에서부터 20세기 금융자본의 발전 과정을 매우 상세히 적어놓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는 독자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것이다.

또한 앞으로 글로벌 경제체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견되는 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방법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매우 공감하면서도 착잡한 느낌을 숨길 수 없었다. 지금도 돌아보면 ‘노동의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생존권을 박탈당하여 길거리를 떠도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돈이 없어 점심을 굶는 사람이 있는 반면 흥청망청 써도 곧 화수분처럼 지갑이 두둑해지는 사람도 있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도 여전히 있다. 저자의 주장처럼 이러한 현상이 글로벌 경제 체제, 금융자본의 시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고, 그저 바라보아야만 하는가. 저자는 심지어 앞으로 복지는 개인이 알아서 챙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 국가는 국민의 복지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빈부격차가 커지는 것이 당연한 추세이고, 다시 국가는 복지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면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아무리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교육제도를 정비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글로벌 인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는 ‘스스로 완성도를 추구하는 개인주의를 고양함으로써 보다 성숙한 단계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개인주의와 공동체 사이에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는지는 말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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