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신 - 일본서기에서 신영성운동까지
이찬수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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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있어서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특히 조선이 일본에 의해 멸망하고, 살육 당하고 핍박받았던 역사적 기억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뇌리에 남아 있어서 일본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하나의 창 구실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기억과 사고가 일본을 더 자세히 바라보고 경계할 수 있는 구실을 하기도 하지만, 일본과 일본인의 본모습을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사실 우리의 근대화는 단적으로 ‘서양화(西洋化)’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서양화는 우리가 곧바로 서양을 본받아 온 것이 아니라, 먼저 근대화를 이룬 일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서양을 접하고 서양을 본받아 온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단어들 즉,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종교 등 이런 말이 일본이 서양의 언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말이고, 우리는 지금 이 말들을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양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우리는 고대로부터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일방적으로 선진문물을 전수했으며, 그들은 ‘왜놈’이라는 야만인들로 우리보다 하위의 종족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는 일본의 영향을 그보다 더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현재 세계 경제사적 측면에서 볼 때 동북아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역량을 볼 때 우리나라와 더 긴밀히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정확한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일정한 날에 특정한 사찰이나 교회에서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이 모여 기도하고 예배하는 종교 행위가 매우 낯설다고 한다. 일본인에게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냐고 물으면 대체고 거의 없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의 일상생활을 살펴보면 매우 종교적인데, 이것을 ‘비종교적 종교성’이라고 부르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태어나면 신사에 가서 축원하고, 결혼식은 교회식으로 치루며, 죽으면 화장하여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절의 공동묘지에 묻힌다는 것이다. 또 집집마다 조상의 위패를 모셔놓고 아침, 저녁으로 조상에게 절을 올리는 것을 보면 유교적 전통이 우리나라보다도 오히려 더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인의 종교성의 특징이라면 ‘현세 지향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월’이나 ‘사후세계’와 같은 정신세계를 추구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제일의 종교는 바로 ‘신도’라고 할 수 있는데, 신사를 찾아가 기도하는 것도 거의가 현실 세계에서의 건강 기원과 소원 성취라고 한다.

‘신불습합’이라고 할 만큼 불교와 신도는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일본의 불교는 주로 ‘법화경’을 신봉하고 추구하는데, 일본식 불교하고 할 수 있는 ‘일련교(日蓮敎)’에서는 ‘나무묘호렌게교(南無妙法蓮花經)’만을 외우면 성불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신종교 운동이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소개되어 있는 것들을 보면 거의 일련교에서 뻗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들의 현실 지향적인 결과 거의 기독교가 없다고 한다. 1% 미만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와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동양에서는 일본이 가장 먼저 서구화, 근대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전통을 중요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오히려 서구 문화보다 더 우월한 것으로 여긴다고 하다. 즉, 전통적인 ‘전근대’는 익숙하고 질서적인 것이며, 서구에서 온 ‘근대’는 낯설고 무질서한 것으로 파악하여, 비록 서구와 근대가 갖고 있는 물질적 우수함 때문에 그것을 추구하지만, 오히려 더 지켜야 하는 것은 자신들의 전통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것을 ‘화혼양재(和魂洋才)’라고 한다. 이러한 사고를 단순히 근대 이전 중국에서 일어났던 ‘동도서기(東道西器)’ 운동과 같은 구호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은 너무나도 뚜렷하게 근대화를 가장 선도적으로 이루었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이러한 사고는 오로지 서구화와 근대화가 절대선인 양 추구하였던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일본인의 정신적 특징으로 또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평범성’이다. 일본인은 사회 전체적인 조화를 매우 중시하여,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한마디로 ‘질서’를 매우 중시하는 것인데, 이러한 정신적 특징 때문에 어떤 사회적 과업을 일사불란하고 능률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정신적 특징은 과거에 그랬다시피 지도자가 잘못된 생각을 하여 잘못된 길로 인도하더라도 일본국민은 그것을 따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길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서로 교류와 협력을 그만 둘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그들을 더 잘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교류, 협력이 가능하고, 만일에 있을 그들의 야욕을 먼저 파악해서 분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분량은 비록 많지 않지만 일본의 종교성과 정신세계를 군더더기 없이 충분히 잘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가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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