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의 종말 - 인간은 똑똑한 기계를 원하지 않는다
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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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식사는 알약 한 개로 해결하고, 달나라에 신혼여행을 가고, 화성에는 식민지가 건설되어 있다. 7.80년대에 초등학교에 다니던 사람들은 미술 시간에 이런 것을 소재로 해서 그림을 그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21세기가 되면 우리는 어떻게 살게 될까 하는 것이 주제이다.

하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재 주위를 돌아보자. 당시 상상했던 것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핸드폰, MP3, 평면TV,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등 당시에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있기는 하지만, 그 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세기 100년 동안 과학기술은 그야말로 수직상승하는 발전을 이루었고, 우리의 삶은 상전벽해가 되었다. 사람들은 엄청난 발전을 이룬 과학기술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환상적인 삶을 현실화시켜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과연 그럴까?’하고 그런 미래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테크놀로지의 환상을 제거하는 데 목적이 있다.”(p.94)고 단언하고 있다.




우선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출근 시간에 자동차로 길이 꽉 막혀 오도가도 못 할 때 하늘로 날아갈 수만 있다면 하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가끔씩 이러저러한 ‘나는 자동차’를 개발했다고 토픽에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상용화될 수 있을까? 물론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구입하고 싶어도 쉽지 않겠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로 결코 상용화되지 못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인간은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지금에 이르렀다. 그 결과 인간은 땅 위에 두발로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는 존재이다. 다시 말하면 2차원적인 공감각이 발달되었는데, 공중을 난다는 것은 3차원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이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성향과 맞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하늘을 난다는 것은 동경이기도 하지만 막상 날아야 되면 매우 불편해 할 것이 틀림없다. 또 사람은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상황, 즉 제어불능에 매우 불안해한다. 바퀴가 땅 위를 구르는 자동차라면 그 속도가 어떠하든 지표에 있다는 그 하나만으로 제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심하지만, 하늘을 날게 되면 응급상황에서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이런 이유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상용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테크놀로지는 생명체의 진화와 매우 닮았다고 말한다. 생명체는 생성과 발전, 변화, 소멸을 반복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지질학적으로 살펴보면 그 동안 수많은 생명체가 명멸했다. 테크놀로지 역시 생명체처럼 태어났다 발전하고, 변천하며, 소멸한다고 한다. 테크놀로지가 탄생하고 발전하는 경우는 변화가 심한 상황, 부족과 결핍이 된 상황, 안정을 요구하는 상황, 권력을 취하려는 욕망 등이 있을 때이며,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억제하는 요소로는 사회적 습관, 기득권을 취하고 있는 기술, 앞에서 기술한 제어불능에 대한 불안, 윤리적 문제 등이 있다.

여기에 테크놀로지의 발달을 저해하는 더 중요한 요인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는데, 바로 22세기의 세계적 환경이다. 테크놀로지는 기술 의지가 넘치는 사회 서식지가 필요한데, 미래에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22세기에는 인구가 다시 급격히 줄 것이다. 2150년 지구 총인구는 60억을 넘지 못할 것이라 예측되고 있고 이는 결코 터무니없는 예상이 아니다. 지금의 트렌드가 계속된다면 22세기에는 모든 기아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거의 모든 국가가 선진국 대열에 들 것이며,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고, 식량과 물자도 넉넉해질 것이다. 전 세계는 유연한 사회주의가 발달할 것이다. 이렇게 평화롭고 생태적이며 고효율인 세계에서 테크놀로지는 진화를 멈출 테고 이런 균형 상태는 수천 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p.283)




우리에게 미래는 유토피아적인 환상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기계와 인류가 전쟁을 하고, 결국 인간은 기계에게 패배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똑똑한 기계’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류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단순히 편리함을 추구하고, 동물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높은 정신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기술은 인간 존재의 일부이며, ‘테크놀로지는 인간을 소외시키지도 파괴하지도 않으며 인간성을 없애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인간 본질로 한 걸음 다가서게 할 것이다. 인간의 희망, 소망, 꿈, 그리고 나약함으로 말이다.’(p.288)

결국 저자는 테크놀로지의 종말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테크놀로지의 본질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미래의 과학기술에 대한 전망을 얘기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설명을 더 많이 하고 있다. 결국 테크놀로지라는 것도 인간의 ‘몸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전망하는 미래의 모습, 즉 환상적이면서 공포스러운 모습은 막상 주인공인 인간은 배제하고 테크놀로지에 의한 테크놀로지만을 논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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