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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초보 탈출 100문 100답 -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김성철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8월
평점 :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이 4세기 말이므로 불교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거의 궤를 같이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일신라에서부터 고려가 끝날 때까지는 거의 국가 종교로서 기능을 해왔고, 조선 때 비록 억불정책의 피해를 보았지만 민중 속에서 면면하게 그 역할을 다해왔다.
20세기 이후 서양 문물과 문화가 밀물처럼 들어와 우리의 물질적, 정신적 생활 전반이 그전과는 현격하게 달라지기는 했지만, 내면에 불교적 정신세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책 <불교 초보 탈출 100문 100답>은 김성철 교수께서 인터넷을 통해 올라온 질문을 답해주는 성과물로써 만들어졌다. 우선 최근에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마침 ‘초보 탈출’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선뜻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펴보고 읽어보니 결코 초보적인 질문과 대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질문 자체가 불학(佛學)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고, 매우 깊이 있는 사고와 고민, 수행을 해본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의문을 질문으로 올린 것이기 때문에 질문의 취지에 대한 이해부터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 답하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적절한 비의 역시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고, 누천년을 쌓아온 불교의 철학적 심오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가(佛家)에서는 윤회(輪回)를 주장하고, 윤회에 구속되어 있는 우리 생명체들의 최종의 목표는 윤회의 바퀴에서 벗어나 완전히 사라지는 적멸(寂滅)이라고 말한다. 살아가는 것은 모든 것이 고통(一切皆苦)이고,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은 덧없다(諸行無常). 우리는 살면서 많은 번뇌와 고통을 겪는다. 이러한 번뇌와 고통은 우리가 탐(貪), 진(瞋), 치(癡)라고 하는 삼독(三毒)의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윤회는 연기(緣起)의 법칙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삼독의 함정에 빠져 업(業)을 쌓게 되는데, 그 인과응보(因果應報)로써 연기의 굴레를 쓰고 윤회의 소용돌이를 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윤회는 끝없는 고통을 수반한다.
이 윤회의 고통을 벗어나는 길은 나 자신을 포함해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실재(實在)하지 않는다는 공(空)을 깨우치는 것인데, 이것을 열반(涅槃)이라고 하는데, 비로소 윤회의 고통에서 해탈(解脫)할 수 있게 된다.
불교의 교리는 윤회란 무엇이며, 윤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적멸은 어떤 상태이며, 적멸에 들면 완전히 윤회를 벗어나는 것인가, 이 세상에 모든 것이 공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과연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연기는 어떤 것이며, 연기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등등 많은 의문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쌓아오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민과 풀이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서 불교는 소승불교와 대승불교, 밀교를 비롯한 많은 종파로 나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저자는 교리에 대한 다양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해탈과 적멸을 목적으로 하는 불교의 목적은 동일하며, 그 다양한 교리 역시 순간순간의 방편에 불과할 뿐 절대적이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교리가 서로 모순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중생 모두가 해탈의 경지를 희구한다는 것을 불가능하다. 완전한 소멸은 오히려 두렵기조차 하다. 이러한 중생에게 불교의 가르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음의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일부는 닫히고 일부는 열린 채 작동하던 생각이란 놈’이 완전히 열리는 것이 공성에 대한 자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철학적 종교적 의문이 제기되어도 논리와 말을 통해 그것을 해소시킬 수 있는 능력이 완전히 갖추어진 사람, 또, 세상에 대한 감성적 맺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계(윤리, 도덕)를 잘 지켜서 욕망과 분노를 정화하고, 정(三昧)과 혜(智慧)를 닦아서 연기와 공의 이치를 깨달아야 합니다.(p.218)
이 정도의 경지도 결코 쉽지 않은 경지다. 하지만 비록 불교를 자신의 신앙으로 삼지 않더라도 이러한 경지를 목표로 살아간다면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불교도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서 초보를 탈출하는 것이 옳겠고, 불교도가 아니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동양의 심오한 철학적 경지를 답사하면서 탄복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