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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경제노트 - 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 박대성 지음 / 아띠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해를 넘기고도 여전히 불안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이나 부동산 등 여러 분야에서 조금씩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서민 경제를 돌아보면 여전히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정말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온 힘없는 우리 서민들이 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가? 이미 글로벌한 경제 체제에 편입되어 있는 우리 경제가 미국에서 시작된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기 때문에, 단지 이 하나의 이유 때문에 우리 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이 고난을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현재 우리나라의 서민들이 처해있는 경제적 곤란이 단지 세계 경제 체제 내에서 일어나는 파급 영향 때문에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한 사람이 있다. 이로 인해 검찰에 의해 체포가 되고 구속까지 되었다. 바로 재야의 경제 대통령이라고 별명까지 붙은 ‘미네르바 박대성’이 그 사람이다.
이 책은 미네르바가 작년 6월에서 8월 사이에 인터넷 아고라에 올린 글을 모은 것이다. 미네르바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예고해서 더욱 유명해졌는데, 한국의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려 시도하고 있었고, 이른바 명망있는 경제 전문가나 유명 메스컴에서도 이 기회에 세계적인 투자 은행을 우리도 가져보자고 조동하기까지 했었다. 이때 껍데기만 남은 리먼 브라더스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한 사람이 바로 미네르바이다. 만약 우리가 끝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했더라면 그 경제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아마도 미네르바가 검찰에 체포, 구속된 것은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 보게 되겠지만, 미네르바는 끊임없이 현 정권의 실책을 질타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경제부총리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마도 체포와 구속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생각과 발언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른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것을 빌미로 체포, 구속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은 ‘한국적 민주주의’가 70년대부터 확립되어 있던 터라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지난 10년 동안 ‘본질적 민주주의’가 상당히 뿌리를 내린 탓에 ‘한국적 민주주의’의 영향력이 많이 사라져 미네르바는 석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적 민주주의’가 발호하고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암담하게 만든다.
여하튼 미네르바의 주장은 이렇다. 지난 노무현 정권 당시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전에 없이 상승하고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이 상승폭을 완화해서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달러 당 원화 환율을 900원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들어서 수출 주도의 경제 성장 정책, 즉 대기업 프랜들리 정책을 쓰기 위해서 환율을 인위적으로 올리는데, 이것이 수입 물가 상승을 가져오고,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을 유발하여 서민들의 생활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또한 고용의 80~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경영난을 가져와서, 이것이 서민들의 실직으로 연결되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시간이 지난 현재에서 바라보자면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오기 때문에 쌀이나 라면 등 생필품을 최소 6개월 분 이상 비축하라고 했지만, 이럴 필요가 있을 정도로 물가가 상승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교훈은 저자가 얼마나 경제 동향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해서 그것이 맞았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이름 없는 서민이 스스로 공부하여 유수한 경제학자와 경제 전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쳤고, 실제로 그 주장이 사회, 국가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에 있다.
인터넷 시대가 새로운 지식 사회, 지식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몇몇 전문가가 지식을 독점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2008년 미네르바와 2009년 미네르바의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