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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
천진 지음, 현현 엮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이 책은 불가의 교리에 따라 지리산에서 수행하고 있는 세 스님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불교를 신앙으로 하지 않아서 전부 알지는 못하지만, 불교 신앙의 특징이라면 윤회(輪回)와 연기(緣起)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한번 사는 것이 아니다.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물질적 육체뿐이며, 생명 자체, 혹은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죽는 순간에 다른 육신을 찾아서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 태어나고 죽는 것을 반복하는 것을 일컬어 윤회라고 한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모든 생명체는 전생(前生)이 있다. 연기는 전생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 어떤 인연을 맺었는가에 따라서 이승의 삶이 결절된다고 하는 것을 말한다. 비슷한 말로 인연(因緣)이라고도 한다. 이승의 삶이 풍요롭고 복락을 누리는 것은 전생에 좋은 덕업을 쌓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무리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도 가난과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전생에 좋은 덕업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며, 이승의 가난과 고통은 전생의 업이 풀리는 과정이다. 불가에서는 가난과 고통, 질병 등을 겪을 때 전생의 얽힌 업이 풀리는 것이므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불가에서는 생명을 죽이는 것, 육식하는 것, 음행하는 것, 술 마시는 것 등을 금기시한다. 왜냐하면 이승에서 쌓은 업에 따라서 후생의 삶이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승에서의 복덕과 고통이 전생의 업에 따라 결정되듯이 이승에서 어떻게 살았느냐가 후생의 삶을 결정하기 때문에 좋은 덕을 쌓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어떤 생명체라도 한번은 부모자식의 관계였을 거라고 말한다. 억겁의 윤회의 수레바퀴 아래서 한번쯤은 그런 인연을 맺은 적이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생명체라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죽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함부로 다루는 것도 이승에서 나쁜 업을 쌓는 것이다.
비록 나를 괴롭히는 벌레, 파리, 모기 같은 해충이라도 죽이지 않는 것이 도리에 맞다고 말한다. 배추를 기르는데 벌레를 죽이는 농약을 쓸 수가 없다. 그래서 벌레가 먹도록 배추를 따로 심어서 매일 아침에 사람이 먹을 배추에서 벌레를 잡아 벌레를 위한 배추로 옮겨 주는데, 아주 어린 벌레는 조금만 잘못해도 다칠 수 있으므로 조금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 옮겨준다고 하는 얘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마지막에 육식을 금할 것에 관한 얘기도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식탁에 오른 고기에 선뜻 젓가락이 가지 않는 이유가 내 마음 속에 반드시 있을 것이다.
불가에서는 가부좌를 하고 좌선을 한다. 한 순간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길게는 십 수 년 동안 수행과 고행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책에서도 수행을 할 때 좌선을 하는 방법을 언급하고 있다. 억지로 몸을 혹사하면서 수행하는 것이나 온갖 잡념이 시달리면서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 등을 반대한다. 단 5분을 하더라도 청정한 마음과 명징한 정심을 유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막행막식하는 무애행(無碍行)에서도 비판적이다. 모든 것은 무(無)이고 공(空)이니 아무것에도 구애될 것이 없다고 하면서 불가에서 금하는 계율을 함부로 어기는 것은 자칫하면 파계승이 될 뿐이다. 오히려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이 온전히 떳떳하게 하기 때문에 무엇에도 거리낄 것이 없어서 더 자유스럽다는 것이다. 즉 지킬 것을 지킬 때 온전한 자유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치 공자가 ‘하고 싶은 데로 하지만 법도를 벗어나지 않더라’ 라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교 신앙을 갖고 있지 않은 내 입장에서 볼 때, 윤회나 연기와 같은 교리를 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지구상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로 인해 수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현 시대에 불교의 생명관은 참으로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본다.
개인적인 수행과 깨달음이 어떻게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지도 사실은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렇게 근검하고 겸손하게 무소유를 실천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고 반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만에 재미와 감동을 주고, 깊이 생각하게 하는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세분 스님께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