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적은 말한다 - 글씨로 본 항일과 친일
구본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필적학(筆跡學)이란 글씨를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이나 글씨 쓸 때의 기분, 의도, 지능지수, 나이 등을 알아내는 학문이다’(p47)




이 책은 필적학에 대한 소개와 선인들의 글씨를 수집하게 된 내력, 수집하는 과정에 있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 많은 글씨를 수집하게 된 결과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글씨를 비교, 분석하게 된 계기,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글씨 차이, 수집 취미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쓰고 있다.




저자의 직업은 검사로서 20년 동안 주로 강력부에서 강력범죄를 다루면서 단편적인 단서를 수집하고 종합, 분석하여 범인을 색출하는 업무를 주로 해왔는데, 보통 사람 같으면 그냥 지나쳐버렸을 아주 미세한 흔적도 예리한 시각으로 찾아내어 단서로 삼을 수 있는 감각을 익혀왔는데, 이러한 경험이 글씨를 보고서 그 사람을 짐작할 수 있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십 수 년 동안 항일운동가와 친일파의 글씨를 수집하면서 이 둘 사이에 글씨의 모양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분석해서 내놓은 것이 이 책이다.




‘글씨를 보면 성격이 보인다’ 편에 보면, 글씨의 크기, 형태, 굽고 곧은 정도, 글자 간격, 행 간격, 규칙성 여부, 글씨 속도, 정돈성 등을 분석, 판단하여 그 사람의 성격이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런 여러 요소를 종합, 분석하여 소개한 항일운동가와 친일파의 전형적인 글씨를 보자.




“항일운동가의 전형적인 글씨체는 작고, 정사각형 형태로 반듯하며, 유연하지 못하고, 각지고 힘찬 것이 많다. 글자 간격이 좁고, 행 간격은 넓으며, 규칙성이 두드러진다. 반면 친일파의 전형적인 글씨체는 크고, 좁고, 길며, 유연하고, 아래로 길게 뻗치는 경우가 많다. 글자 간격이 넓고, 행 간격이 좁으며, 규칙성이 떨어진다. 일부 친일파는 극도로 불안정한 필치를 보인다.”(p.93)




예를 들어 김구와 이완용의 글씨를 보면, 김구의 글씨는 투박하고 꾸밈이 없는 졸박(拙朴)한 형태로서 강직하고 호랑이 같은 웅혼한 기상이 느껴지는 반면, 이완용의 글씨는 당시에 명필로 칭송되던 글씨지만 실상은 꾸밈이 많고 가벼움만 쫓는 요사(妖邪)스런 형태라고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운형과 여운홍 형제의 글씨, 이승만과 박영효의 글씨 등을 소개하고 분석하여 항일운동가와 친일로 길을 달리 갈 수밖에 없었는가를 글씨를 통해 그 사람의 성정을 파악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필적학의 대강을 과거 항일운동가와 친일파의 글씨를 통해서 소개하고 있다. 다만 내 경우 필적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하기 때문에 저자가 글씨를 보여주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지만 선뜻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는 그간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독립운동가의 글씨와 그분들의 행적을 소개하고 있다. 나라를 잃고 자결로써 그 울분과 통한을 나타내고 우리 민족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었던 분들과 항일운동하기 위해 국경을 벗어나 만주와 시베리아에서 풍찬노숙하며 독립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들과 일제에 검거되어 차가운 감옥에서 일편단심을 버리지 않고 지켜냈던 많은 우리 선혈들의 글씨와 그 글씨를 통해서 그분들의 본모습을 알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차고 넘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무엇을 수집하려는 취미를 갖고 그것을 살리려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저자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친절한 조언을 해주고 있어서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이나 새로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끝으로 부록 ‘성공하는 사람은 글씨체가 다르다’에서는 글씨로 성격을 개선할 수 있고, 글씨체를 바꾸어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꼭 피해야 할 글씨체를 소개하고 있는데, 즉, ‘불규칙한 글씨체’, ‘알아보기 힘든 글씨체’, ‘행 간격이 지나치게 좁은 글씨체’, ‘오른쪽 아래로 기울어지는 글씨체’ 등은 피해야 할 글씨체이다.




글씨가 그 사람을 나타낸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말이다. 선인들은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고 말하여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분들은 앞으로 글씨를 저절로 신중하게 쓰게 될 것이다. 글씨를 신중하게 씀으로써 성격도 신중해지고, 행동거지도 신중해져서, 인품도 저절로 훌륭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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