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심리학
마이클 맥컬러프 지음, 김정희 옮김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현실을 보아도, 역사를 보아도 수많은 악행과 전쟁이 ‘복수심’에 의해서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복수심을 제어할 수만 있다면 이러한 비극적 사건과 전쟁을 줄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다.

 

우선 복수심의 본질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정해야만 그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과연 인간에게 있어서 복수심은 무엇일까? 저자는 집단 생활을 통해서 생존하고 번영해온 인간의 특성에서 복수심의 근원을 찾고 있다. 다시 말하면 진화론적으로 볼 때 복수심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복수 성향은 그것이 누군가의 공격으로부터 인류의 조상을 보호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고, 대규모 협력으로 얻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p.103)라고 하여 복수가 인류 생존에 유익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단체 생활에서 복수의 수단으로 협력을 이끌어내는 예를 다른 영장류나 물고기에서 볼 수 있음을 예로 들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복수의 화신인가? 저자는 절대로 아니라고 말한다. 본성의 다른 면에는 바로 ‘용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서 역시 진화론적으로 설명되는 인간 본성의 중요한 특성이다.

이 책 안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진화 게임’에서 가장 우수한 전략이 바로 ‘팃포탯 전략’이다. 이것은 상대가 협력하면 따라서 협력하고, 변절하면 역시 변절하고, 다시 협력으로 돌아오면 용서하는 매우 단순한 전략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 역시 이 전략을 쓰게 되면 한 번 변절한 것이 영원히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 상태는 더 이상 진화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가장 안정된 전략을 찾아보니 3분의 2 비율로 무조건 용서하는 전략이었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 어떤 생물보다 번성하고 있는 인간의 진화사를 볼 때, 그 본성 내면에 복수와 용서라는 상반된 것이 있지만, 용서 측면이 월등하게 강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신경학상으로 온전하게 태어난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특정 환경 조건하에서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p.145)고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특정 환경 조건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복수심을 없애고 용서와 화해를 통해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요점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그 환경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역사적으로 국가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복수에 따른 살인 사건이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강력한 사법 체계가 사적인 복수 행위를 억제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증명한다. 따라서 치안을 잘 유지하고,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사법 체계가 잡혀 있는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에 비해 용서가 더 많을 것이다.

 

복수와 마찬가지로 용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하는 행위이다. 사람은 누구나 용서 본능이 내재되어 있지만 가해자가 진실로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용서 행위가 그저 발동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가해자의 진실한 사과가 있어야 하며, 그 전제로 가해자가 자신의 과오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 간의 분쟁 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분쟁에서도 이 점은 동일하다.

사과와 더불어 가해자는 자기 비하의 몸짓, 표정을 보여야 한다. 이때 피해자는 용서 본능이 발동하면서 상대에게 복수할 때 느끼는 쾌감을 이 과정에서 느끼고 복수심은 사라지게 된다.

마지막은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마땅한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 그 보상의 크기는 꼭 피해자가 받은 피해만큼이 아니어도 피해자는 용서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보상의 크기보다는 자체가 용서 본능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관계수복적 사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관계수복적 사법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범죄를 다루고, 그들 각자의 가족, 친구들이 범죄의 영향과 가해자가 준 피해를 치유할 수 있는 단계에 대해 토론하는 특별한 수단’이다.”

언젠가 어느 텔레비전 프로에서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의 생활을 비춰준 것을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정상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지 못하고, 술에 빠져 있거나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하였고, 심지어는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그 살인자가 지금도 감옥에 살아있냐면서 절규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들 피해자 가족들은 모두 가슴에 복수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만일 관계수복적 사법체계가 실행되어서 그 울분을 가해자나 그 가족에게 토해내고 가해자는 용서를 빌고, 피해자 가족들은 용서하는 과정을 가졌더라면 그렇게까지 피폐해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에 복수심을 품고 살면 항상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심장질환이나 혈압 상승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용서를 하면 그와 같은 질환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이 하나의 사실만 보더라도 관계수복적 사법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동을 세계의 화약고라고 부른다. 지금 이 시간에도 테러로 인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국들의 갈등은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다.

사람은 자기와 관계를 맺어온 사람, 낯이 익은 사람에 대해 더 용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본성을 이용해서 ‘평화의 씨앗’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즉 적국의 아이들 가운데 우수한 아이들을 선발하여 함께 캠프에 참여해서 친구를 맺게 하면 훗날 그들이 사회지도층이 되었을 때 상대 적국에 대해서 용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직은 그 결실이 뚜렷하지 않지만 훗날에는 분명히 그 결실을 맺을 것이다. 얼마 후에는 중동에서 용서화 화해가 넘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시 말하게 되지만, 복수와 용서는 인간 본성의 두 면이며, 이들 본성이 생기게 된 이유는 인간은 집단 생활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회를 떠나서 살 수는 없다. 현대가 아무리 개인주의 시대라고 해도 사회 관계 속에서 개인주의인 것이지 개인 독단은 주의는 아닌 것이다. 내가 생존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공동체에게 공헌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바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용서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왜 이렇게 말하는가 하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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