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한국사 - 동아시아의 참역사를 바로 잡아주는
박선식 지음 / 베이직북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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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중고등학교 다닐 때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은 900여 회의 외침을 받았지만 꿋꿋이 이겨냈으며 결코 남의 나라를 침략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민족이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우리 민족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었다.

왜 우리 민족은 바보처럼 때리면 맞기만 했을까? 왜 우리 민족은 대륙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한반도라는 구석지에 옹졸하게 웅크리고 있었을까?




고인돌을 세우고 비파형 동검과 세형 동검을 쓰던 사람들을 우리 조상으로 여긴다면, 그 유물의 분포 영역이 바로 그들의 활동 영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주 대륙과 한반도가 바로 그것이다.

단군이 세운 ‘조선’과 그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는 문헌 자료가 너무 극소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서술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고조선이 일어났다는 ‘아사달’이 현 만주에 있었는지, 압록강 변에 있었는지, 대동강 변에 있었는지도 의견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고인돌과 비파형, 세형 동검의 분포를 고조선의 영역으로 본다면 우리 민족이 만주와 한반도를 아우르는 넓은 영역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 역사를 통찰해보면, 외침에 의해 나라가 망하거나 영토가 축소되었다가 다시 일어나 외세를 밀어내고 영토를 회복하는 것이 반복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고조선이 한나라에게 망하여 한사군이라는 식민통치체제가 들어섰을 때 고구려가 일어나 그들을 물리치고 영토를 회복하였으며,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백제와 고구려를 무너뜨린 후 고구려 영토를 잃었을 때 곧 발해가 세워져 회복하였고, 발해가 거란에게 멸망하여 다시 그 영토를 상실하자 고려는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부단히 북진 정책을 시행했고, 조선도 그것을 이어받아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회복했다. (여기에서 간도가 과연 일제에 의해 잃어버린 조선의 영토인가 아닌가는 논하지 않겠다)

이 과정에서 우리 민족은 수많은 정벌을 단행했다. 즉 우리 조상들은 ‘한 번도 남을 침략하지 않았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비록 다른 민족의 나라를 멸망시키는 정도로 침략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그 부제목 ‘대외출병으로 본 한민족관계사’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외세에 의해 침략당한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서술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당에 의한 고구려 침략과 멸망, 백제의 멸망, 발해의 멸망, 몽골의 고려 침략,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생략되어 있거나 매우 소략하게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대신 비록 위와 같은 큰 사건은 아니라서 소홀하게 여겼을 대외출병사에 대해서 자세하게 쓰여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상고시대, 삼국시대, 고려, 조선 네 부분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다.

먼저 상고시대에는 비록 진위논란의 한복판에 있지만 ‘환단고기’와 ‘규원사화’ 등을 인용해서 단군 이전의 ‘치우’를 우리 조상으로 보고 중국인들이 그들의 조상으로 여기는 ‘황제 헌원’과 다툰 ‘탁록대전’을 가장 먼저 서술하고 있다.




우리는 고구려의 광개토태왕이 정벌 전쟁을 통해 광대한 영역을 경략했다는 것은 비교적 잘 알지만, 백제의 동성왕이 중국 대륙에 진출하여 현 북경 지역과 산동 지역, 상해 지역을 경략하여 지배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 사실이 <삼국사기>에는 자세히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남제서> 등에는 비교적 자세히 쓰여 있다. 이 책을 보면 이 사실을 납득할 것이다. 또 신라가 3, 4세기에 왜의 침입으로 많은 피해를 보고 골머리를 앓았다는 것을 알지만 유례왕 때 일본 본토로 정벌 전쟁을 떠났다는 사실은 거의 모른다. 오늘날 오사카에 가까운 ‘명석포’에 상륙하여 왜를 정벌했던 것이다. 지도를 보면 일본 영토에 매우 깊숙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구려가 신라와 당나라에 의해 망하고 ‘통일신라’가 겨우 대동강과 원산을 잇는 선의 이남만을 차지하고 있는 지도를 보면 누구라도 한숨을 쉴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그 위에 ‘발해’라는 거대한 나라가 세워진다. 사실 발해는 조선 후기 ‘실학’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의 역사로 크게 인식되지 않았다. 하지만 발해는 분명 우리 역사의 일부분이다. 발해는 당나라 침략군을 물리치고 고구려의 영토를 전부 회복했으며 전성기에는 그보다 더 넓은 영토를 가졌다. 발해는 당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오늘날 산동 반도인 ‘등주’에 상륙작전을 시행하였고, ‘마도산’으로 군사를 움직였다.

발해가 거란에 의해 망하자 만주벌판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는 그 등불이 꺼졌다. 그 이후의 역사는 상실한 한반도 북부와 만주 회복 역사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역사는 자랑스럽다. 900여 회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남을 침략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거대한 중국 대륙의 옆에 있으면서도 우리의 독자적 역사와 문화를 성대하게 이루고 가꾸어왔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것이다. 얼마나 많은 민족들이 이른바 ‘중국’이라는 ‘잡탕반죽’ 속으로 사라져갔던가. 하지만 우리 민족은 결코 그것에 굴하지 않았고 남의 나라를 침략하여 멸망시키지는 않았지만 필요할 때는 우리 영토 밖으로 정벌 전쟁도 감행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결코 옹색하게 한반도에 쪼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우리 영토를 지키면서 대륙과 바다를 지향하고 진출했던 역사를 가진 민족이어서 자랑스럽다.




저자는 머리글에서 이 책이 ‘자칫 국수주의자의 열띤 대외팽창론을 나열하는 격’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하였다. 더구나 현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이 20%에 육박하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민족’이나 ‘역사’라는 개념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으면 타인을 사랑하고 위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의 나라와 민족,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으면 남의 민족과 나라도 존중하지 못한다. 우리 역사를 ‘위풍당당’하게 여길 때 오히려 ‘세계화’ 시대에 앞장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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