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 우리는 날마다 '숫자'에 속으며 산다
정남구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인은 숫자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숫자는 그 자체가 매우 분명하기 때문에 어떤 사실이 숫자로 표현되어 있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모두 믿을만 한가?

이 책에서 가장 처음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 '변리사는 너무 억울하다'는 제목의 변리사 소득에 관한 것이다. 해마다 대표 전문직종의 소득이 순위가 매겨져서 신문지상에 올라오는데, 예외없이 변리사의 소득이 1위를 차지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언론에서는 '소득'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 근거가 되는 국세청 자료는 '매출'이다. 소득은 매출에서 여러 가지 경비를 제하고 세금을 빼고 난 나머지를 말한다. 이런 것을 감안하여 계산하면 평균적으로 변리사 1인당 소득은 대략 5~6천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그 금액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언론에서 말하는 5억 8천만 원과는 천양지차이다.

'흡연율을 둘러싼 진실 게임'편을 보면 2007년 초에 복지부에서는 담배가격을 500원 인상시킨 결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8.2% 하락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담배 판매량을 보면 별다른 변화가 없다. 1인당 흡연량이 갑자기 늘어나지 않았다면 왜 이런 상이한 결과가 나왔을 것인가. 아마도 복지부 측에서는 국민에게 담배가격 인상의 효과가 긍정적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싶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모든 통계는 의심해야 한다. 국가기관이 낸 통계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특히 별도의 국가통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 당사자가 따로 발표한 통계는 더욱 의심해야 한다. 설령 그 통계가 전문기관의 손을 거친 것이라고 할지라도.'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대 고용 사정이 불안하다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이태백'이라고 하는 것을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이 2003년 무렵인데, 당시 20대 취업비율이 약 60% 정도인 것을 보면 이 표현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때 처음 그 정도로 20대 고용이 악화되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후로 지금까지 그래왔다. 그렇다면 왜 2003년에 '이태백'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언론에 자주 거론되었을까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상품이란 기업에서 만들어낸 물건이나 서비스만이 아니라 넓게 보았을 때는 국가나 정치인의 정책, 언론의 기사 등도 모두 그 안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상품의 가치는 많이 팔렸을 때 발휘되는 법이다. 정책은 국민들이 따르고 실천했을 때 그 가치가 있고, 기사는 많이 보고 읽고 동감할 때 그 가치가 산다. 상품이 많이 팔리기 위해선 품질이 좋아야 하겠지만 실지로는 광고나 포장이 판매에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역시 정책 실현이나 기사에 대한 동감, 동조가 그것은 사실성 여부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정책이나 기사의 포장이 바로 통계 수치이며 이것에 대한 왜곡된 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상품을 고를 때 화려한 포장이나 광고에 현혹되어 구입했다가 막상 사용하려고 하면 형편없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책이나 기사를 잘못된 통계에 경도되어 지지했다가 나중에 후회해도 늦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정말 수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려면 똑바로 눈뜨고 정신 바짝 차리고 살일이다. 눈뜨고 코베어가는 세상이다.

 

이 책 겉지에 '세상에는 세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글이 눈에 띈다. 통계 입장에서는 거짓말쟁이로 치부된다는 사실이 억울할 일이다. 통계 그 자체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어떤 의도에 의해 잘못된 통계를 내고, 올바른 통계라고 의도적으로 왜곡되어 해석하고, 그 해석을 강요하는 사람이 잘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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