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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잔혹의 세계사 - 인간의 잔인한 본성에 관한 에피소드 172
기류 미사오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한마디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의심을 읽는 동안,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제목처럼 '사랑과 잔혹'에 대한 서술이라기보다는 그냥 '잔혹'에 대한 서술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간혹 메스컴에서 연쇄살인범이나 엽기적 범죄 행위에 대한 뉴스를 듣는다. 그때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는가 하고 탄식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맹자는 인간에게는 모두 '불인인지심'이 있다고 했다. 풀어말하자면 '사람이 사람에게 차마 하지 못할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본성은 모두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책은 맹자의 주장을 끝없이 의심하게 만들 것이다. 근대 서양 철학자 홉스는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라고 주장했다. 홉스의 본래 주장은 인간의 이기심을 빗대어서 말한 것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늑대'라는 단어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니다. 늑대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짓을 인간이기 때문에 하고 있다. 잔혹하고 기이한 살인 행위, 구역질나게 만드는 성적 기호, 카니발리즘 등.
사람은 보통 창피하거나 잔혹한 것을 보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다. 창피할 때 가리는 것은 자신이 숨는 행위이고, 잔혹할 때 가리는 것은 상대를 숨기는 행위이다. 그런데 창피할 때는 눈까지 꼭 감지만, 잔혹한 것을 당할 때는 비록 얼굴을 돌리고 가리지만 손가락 사이로 눈동자를 반짝인다. 이것은 싫지만 즐기는 심리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형 사고 뉴스나 살인, 엽기적 범죄 행위에 대한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이것은 혹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는 잔혹한 본성의 대리만족이 아닐까? 바로 이 책이 그러한 심리를 자극할 것이다. 그리고 심장을 요동치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 자체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 책의 크기도 작고 내용도 그 심각성에 비해서 구성과 진행이 매우 간단하고 가볍게 되어 있어서 읽는 것만 본다면 별 부담이 없다. 아주 속도감 있게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염려되는 것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름답고 따뜻한 모습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가야할 시기에 이런 종류의 책은 그 신뢰감에 의심이 가게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의심이 드는 것은, 인류사에서 잔혹함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극악무도의 대명사인 일본제국시대의 731부대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 책에서는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일본인이라서 자기 나라 과거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은 것일까?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독일에서 있었던 사건들에 대해서는 심심찮게 서술하면서 정말 좋은 소재는 놓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실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