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덕어미 자서전
백금남 지음 / 문학의문학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 전통 가락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있었으면 더 재밌게 읽었을 뻔 했다. 또 판소리 계보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고 있었다면 좋았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가야금 소리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면 믿겠는가?

이 책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임금에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수변청석천년상자사오동', 즉 물가의 바위 위에서 천 년을 살다 저절로 죽은 오동나무를 구해서 그것으로 가야금을 만들고, 현 위에 3일 동안 굶긴 자신의 아이의 손가락을 잘라 그 피를 바른다. 그리고 그 가야금으로 임금 앞에서 연주한다. 비록 소설이지만 기이한 이야기다.

그 복수는 실패하고, 결국 손가락이 잘린 아이가 자라 가야금 명인 되어 그 임금 앞에서 연주하여 처절한 복수를 한다. 그리고 그가 죽은 후 무덤에 그 가야금과 같이 묻힌다.

 

이 책에서 '나'는 그 손가락 없는 가야금의 명인인 '조막손'의 손녀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서편제 시조격인 이날치의 후손이다. 이렇게 소리하기에는 좋은 혈통을 타고 났고, 신동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아버지는 북을 치는 난봉꾼이고, 어머니는 소리 연습으로 목을 지나치게 써서 버리고, 목을 버린 후 가야금에 몰입하나 손가락 관절염으로 그것마저 할 수 없는 비운의 국악인이다. 그런 어머니가 '소리의 몸'을 보아야 한다고 자주 말하지만, '나'는 어디 그런 것이 있냐고 믿지 않는다.

 

스승이 죽은 후 스승의 기념비를 세울 돈을 아버지가 주색으로 탕진해버리자 '나'는 소리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린다. 재기를 위해 마련해준 테레비 프로에서 심청가에다 자기 맘대로 쫓겨난 뺑덕어미 이야기를 만들어 붙여 논란을 일으킨다. 이것은 저자가 전통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야 하는가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부분으로 이해된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때려 죽이고 감옥에 들어간 후 환각에 시달리던 '나'는 무엇에 이끌려 가야금을 탄다. 손가락에서 피가 나고 입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그리고 드디어 '소리의 몸'을 본다.

 

이상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사실 소설을 많이 읽지 않은 편이어서 그런지 독후감 쓰는 것이 어색하다.

다만 우리 소리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문체가 세련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통나무 껍질처럼 투박하면서도 진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주제를 이끌어가는데 더 적당한 것 같다.

 

한 가지 옥 중의 티는 '내'가 무덤을 파기 위해 고창으로 내려가는 장면에서 '고창역'에 도착했다고 나오는데, 사실 고창에는 역이 없다. 어쩌면 정읍역과 헷깔렸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날치가 독공했다는 무등산에는 '중심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증심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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