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 - 256조 예산을 읽는 14가지 코드
정광모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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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어떤 사람이 지도자가 된 뒤로 이 나라가 하도 답답했었는데, 이 책을 읽은 뒤로 ‘정말 이 나라가 이래도 되는 건가?’하는 두려움까지 들었다. 이 책은 이 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막연히 짐작했던 예산에 대한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 이순신 장군이 명랑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요충지를 선점했다는 것에 있다. 우리 인생에서나 세상살이에서나 ‘요점’이니 ‘포인트’니 하는 것들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나라 살림도 예외일 수 없다. 그것의 활용여부는 13척으로 130척을 무찔렀는가 아니면 130척으로도 13척에게 패했는가를 결정짓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것도 역시 이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별로 중요하지 않는 곳에 즉흥적으로 막 퍼부을 것이 아니라 정작 중요한 곳에 신중히 쓴다면 그 효과는 두 배, 세 배, 열 배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연 재해의 경우 예방 투자를 하면 3분의 1비용이면 끝날 것을 예방에 신경을 쓰지 않아 재산, 인명 피해를 감수하고도 그 복구비용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태안 앞바다에서 있었던 기름 유출 사고를 보자. 원유를 100% 바다로 수입하는 우리나라 사정 상 항시 유조선이 바다에 떠있고, 사고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그것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05년에 긴급 해난 사고를 대비한 예비비가 20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삭감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10년 동안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불용예산’ 즉 쓸모없는 예산이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정말 통탄할 일이다. 이렇게 결정한 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정도의 사고 밖에 하지 못하는 자가 그런 중차대한 일을 결정짓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그저 불안할 따름이다. 만일 그 예산을 가지고 기름 제거 장비를 확보해두었다면 피해가 그처럼 처참하게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무고하게 자기의 목숨을 버린 사람들도 없었을 것이다. 그 결정을 내린 자는 바로 ‘보이지 않는 살인자’인 것이다.




지금은 광우병소 수입문제 때문에 수면 아래도 잠잠해졌지만, 한 동안 ‘한반도 대운하’ 문제로 시끌시끌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형 국가에서 국토를 종단하는 운하가 필요한가 하는 것도 논의해야 할 문제고, 최고 수량과 최저 수량의 차이인 하상계수가 300이 넘는 나라에서 갈수기에 어떻게 운하에 필요한 물을 확보할 것인가와 폭우기에 그 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논의해야 할 문제다.

대운하의 공사비용이 적게는 20조 원에서 많게는 50조 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수익성이 의문이다. 이 사업을 정부에서는 민간투자로 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느 기업이 수익성이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가 뻔한 이 사업에 뛰어들 것인가가 의문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몇 개 기업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는 말을 들었다. 왜?

이 책을 읽어보니 비로소 그 의문이 풀렸다. 그리고 한마디로 ‘정말 쥑일넘들이군’하는 욕이 나왔다.

우리나라에는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말 멋진(?) 법이 있다. 바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라고 한다. 이것은 국가가 투자한 기업의 손실분을 보전해준다는 것을 골자로 한 법이다. 공사 전에 수요예측을 하는데 공사 후에 실제로 운영해서 그 예측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 기업은 사업이 잘 되건 잘 되지 못하건 손해가 거의 없다. 더구나 수요예측을 뻥튀기해서 제출하면 그만큼 이익이다. 그럼 정부가 투자 기업에 지원하는 돈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바로 여러분의 지갑에서 나간 세금이다.

대운하의 사기도 이런 방식이다. 겉으로는 민간투자로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만일 그 돈을 교육비에 쓴다면 우리나라의 전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다 면제해줄 수 있다. 만일 그 돈을 기초학문 연구에 쓴다면 앞으로 20년 내에 노벨상을 5개 이상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살림살이일까?




이 책은 우리 국민이라면, 최소한 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상심하고 분노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해결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을 모아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작게는 내 돈을 아끼는 방법이고, 크게는 나라와 민족의 번영을 위한 방법이다. 1차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예산실명제’ 도입을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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