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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번관에 어서 오세요
카노 토모코 지음, 김진희 옮김 / 타나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을 보내고 취업준비를 하며 여러회사에 거절 당하면서 삶이 피폐해졌다. 나의 미래에 대해 응원만 해주고 정작 나를 쓰지 않는 회사들을 보며 결국 내 삶을 포기하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도망친 곳은 인터넷 속 가상 세계. 현실에서의 나는 무급의 자택 공무원. 즉 백수지만 게임 안에서는 누구에게나 환대 받고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하는 그 삶에 푹 빠져 안일하게 살아가던 그 때 나는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
그것도 섬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찰나‘를 보며 한심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그저 조금 거절 당하고 그저 조금 트러블이 있었다고 이렇게도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집에만 틀어 박혀 있다니, 뭐 이런 한심한 놈이 있나 저런 놈을 아들이라 데리고 있는 부모는 얼마나 속이 터지면 옳다구나 하고 섬에 아들을 버릴까 부모에 이입되어 “한심하다. 속 터진다”를 반복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찰나‘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사회적인 문제이지 않을까 싶어져 그가 안쓰럽고 또 그와 함께 하는 다른 3명의 백수 이자 게임폐인들을 위로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에 거절 당하고 상처 입은 것은 그들 자신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 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섬에 들어와 새로운 사회를 구성하면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지극히 정상적여 보였거든요.
획일화된 성공만을 위해 애쓰다가 그 안에 속하지 못해 버림받은 이들에게 기회 조차 주지 않는 냉정한 사회가 아닌 섬에서 각자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나씩 맡아 새로운 사회를 형성하며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서로 응원하는 모습이 어쩌면 지금 우리의 사회에서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졌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만약 내 아들이 이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처음 읽을 때는 너무 지루하다 싶을정도로 디테일하게 묘사해서 재미없다, 라고 느낄 수 있는데요. 읽다보면 어느새 머릿 속으로 엄마섬, 아들섬을 상상하게 되고 또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묘사하는 것이 매우 디테일해서 성장 영화를 본 듯 하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